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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물보호법 처벌과 동물권
    카테고리 없음 2022. 1. 8. 16:38

    사람은 누구나 인권을 갖는다는 명제를 부정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동물에게도 동물권이 있을까요? 통상 동물권이란 모든 동물이 생명체로서 그 자체로 존중받을 권리라고 합니다. 단순히 동물이 육체적으로 고통받지 않을 권리를 넘어 삶의 주체로서 동물을 인정하자는 시각이고, 흔히 인권에 비견하여 논의됩니다. 일부 사람의 인권문제가 모두 해결된 뒤에 동물의 권리에 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습니다만 안타깝게도 모든 인권문제의 완전한 해결은 불가능하고, 모든 인권문제가 해결된 뒤라면 동물은 사람에게 이용당하여 동물권의 회복이 불가능한 단계에 이르렀을지도 모릅니다. 인간과 동물은 조화와 공존의 관계에 있기때문에 동물권의 적극적인 발전을 위한 논의는 언제든 이루어져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동물보호법은 동물을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신경체계가 발달한 척추동물이라고 하여 고통을 느끼는지 여부를 중요한 기준으로 두고 있습니다. 또 동물학대는 동물을 대상으로 정당한 사유 없이 불필요하거나 피할 수 있는 신체적 고통과 스트레스를 주는 행위 및 굶주림, 질병 등에 대하여 적절한 조치를 게을리하거나 방치하는 행위’라고 하여 신체적 고통을 주는 행위와 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를 전부 동물학대로 규정하였습니다.

     


    그러나 방금 말씀드린 정의에 해당하는 모든 행위가 동물학대로 처벌받지는 않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헌법에는 동물에 관한 조항이 전혀 없고, 민법에서는 동물을 물건으로 보아 일종의 재산으로 취급하고 있는데, 이러한 입장을 바탕으로 동물보호법에서도 동물은 인간이 소유하는 대상으로 보고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를 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모든 동물학대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면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동물보호법이 정한 몇몇 유형의 동물학대 행위를 하면 이를 처벌하는 구조라서 장기간 동물을 굶기거나, 천적에게 노출시켜 동물이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처벌할 수 없는 것과 같은 공백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모든 동물학대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아주 예외적인 경우에는 처벌하지 않는 방향으로 동물보호법이 개정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어떠한 행위가 동물학대 행위인가를 떠나 법조인들, 동물권보호단체들을 비롯한 국민들은 우리나라의 동물학대 행위자에 대한 처벌 수위는 안타깝게도 매우 낮은 편에 속한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오래 전의 판례는 동물학대를 재산상의 손실로 보는 태도를 취했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내용처럼 동물은 사람이 소유하는 물건이라는 시각이 전제되어 있으므로 판례는 동물학대를 형법상 재물손괴로 평가하였으며, 동물의 상해나 죽음은 ‘물건 값’의 손실로 보았기 때문이죠. 그러다보니 학대행위자에 대해서도 100~300만원 가량의 벌금이나, 선고유예와 같은 경미한 처벌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이와 같은 판례의 경향을 두고 ‘사람이 동물을 다치게 하거나 죽였다고 해서 사람에 대해 징역과 같은 강력한 제한을 결정하는 것은 법원의 입장에서도 부담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있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2~3년 사이에 판례는 태도를 바꾸었습니다. 판결 이유 중에 동물권을 명시하기도 하고 재산이 아니라 생명의 존중과 보호를 언급하고 있기도 하죠. 이러한 판례의 변경은 필연적으로 처벌이 강화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최근에는 동물학대사건 사실관계에 따라 징역형과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경우가 많아졌고, 아주 드물지만 사회적 공분을 사거나 충격이 큰 사안에 따라서는 징역의 실형을 선고하기도 합니다. 우리가 많이 들어본 경의선 숲길 고양이 살해사건인데요, 1심 재판부는 생명존중의 태도를 찾아볼 수 없다며 피고인에게 징역 6월을 선고하였습니다.

     


    경의선 숲길 고양이 사건은 20만명 이상의 국민들이 청원에 동의하였는데, 이는 사회가 더 이상 동물을 물건으로 보지 않고, 공존과 상생의 대상으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충분히 표시하였다고 불수 있죠. 물론 아직도 동물학대의 처벌 수위가 낮다는 의견이 지배적이고,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정될 필요가 있다는데에 동의합니다. 동물학대의 문제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동물이 주체가 되어 생활환경 파괴를 금지하는 소송이나, 학대를 이유로 한 위자료 청구 소송과 같은 행위를 할 수 있을까요?

     


    우리나라에서는 2006년에 환경보호단체가 천성산에 사는 도롱뇽을 당사자로 하여 천성산 공사착공금지가처분을 신청하였는데, 대법원은 ‘자연물인 도롱뇽 또는 그를 포함한 자연 그 자체로서는 이 사건을 수행할 당사자 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동물은 자연 그 자체일 뿐 생명체로서 권리주체성은 갖지 못한다고 보았습니다. 단순히 한동안 동물이 원고나 신청인인 사건은 주춤하다가, 2018년 3월 경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공사허가를 취소하는 소송에서 산양을 원고로 산양들의 후견인인 자연인을 내세운 소송이 진행 되었습니다. 혹시 법원에서 다른 결론이 날까 기대하였는데 도롱뇽사건과 동일한 이유로 각하되었습니다. 비록 법원에서 각하판결을 받았지만 환경부 원주지방환경청에서 “설악산의 자연환경과 생태경관, 생물 다양성 등에 미치는 영향 등을 검토한 결과 환경적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는 의견을 밝히면서 설악산 케이블카 공사는 무산되었습니다. 동물보호단체와 이를 대리한 변호사들의 노력을 전달할 수는 없겠지만 멸종위기종인 산양은 여전히 설악산에서 전처럼 살고 있을 겁니다. 안될 줄 알면서도 공존하는 동물을 위하여 사람이 대신 목소리를 내고, 사회를 바꾸기 위하여 노력하는 행동은 의미없이 보이거나 미미해 보여도 결론적으로는 변화를 가져옵니다.

     


    동물권을 이야기하면 반드시 따라오는 주제가 있습니다. 바로 개물림사고입니다. 동물 중에서도 반려동물, 그리고 그 중에서도 반려견에 한정된 문제지만 일상생활에서 많이 일어나는 만큼 관심의 정도도 높습니다. 맹견은 키우면 안된다, 모든 반려견에게 입마개를 씌우자, 사람을 물면 죽여야 한다는 주장까지 있는데, 극단적인 방법은 통용되기도 어렵고, 반대의견도 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덩치가 크고 무섭게 생긴 반려견이 항상 공격성을 띄는 것은 아니고, 작고 예쁜 반려견이 사람을 공격하기도 하니 각 개체의 차이죠. 결국 개물림사고의 원인은 보호자에게서 찾을 수 있습니다. 힘으로 감당할 수 없는 반려견을 키우거나 목줄을 짧게 잡으면 내 반려견이 불쌍하다거나, 작은 견종이라서 입마개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자의적 판단으로 반려견에게 주의를 덜 기울인 것은 아닐까요.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보호자라면 동물권의 신장이 반갑지만, 권리에는 의무가 따르는 것도 기억하여야 합니다. 동물의 권리를 사람이 대신하여 말해 줄 수 있다면, 그들의 의무도 우리가 지켜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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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3월에 직접 발의한 헌법개정안 제38조 제3항에는 ‘국가는 동물 보호를 위한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개정안 제38조가 제1항에서 국민이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제2항에서 국가의 환경보호 의무를, 제3항에서 동물보호의무를 명기한 것에 비추어보면 환경보호를 바탕으로 사람과 동물의 조화로운 생활을 도모하였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비록 2018년의 헌법개정안은 의결정족수 미달로 폐기되었지만 동물보호를 헌법에 명기하였던 시도는 의미 있는 발자국입니다. 사람이 할 수 있는 동물권 보호의 최소한은 사람이 동물에게 어떠한 고통을 주는 행위를 금지하는데 있습니다. 다만 더 나아가 장래에는 동물에게도 최대한의 보호와 공존을 제공하는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기를 희망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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