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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염과 한파의 반복, 기후위기 속 노동의 현 주소
    카테고리 없음 2022. 3. 13. 14:48

    지구온난화, 기후변화가 대한민국을 열돔으로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여름은 고온다습하여 더위를 더욱 맹렬히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질병관리청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 간 온열질환으로 사망한 노동자는 26명에 이릅니다. 또한 150명 넘게 온열 질환을 겪었습니다. 대부분 건설노동자, 환경미화노동자, 택배노동자 등으로 날씨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노동자들입니다. 서울대학교 청소노동자가 사망한 사건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사망 원인에 대해서는 관리자의 괴롭힘이 원인이었다는 지적이 있지만 이 노동자들의 업무환경, 특히 더위와 열악한 휴게시설도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뜨거운 여름만 문제일까요? 추운 겨울도 문제입니다. 아열대 기후니까 겨울이 춥지 않을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요즘 겨울 따뜻했나요? 12월, 1월 중에 평년보다 훨씬 추웠던 한파가 몰아닥친 적이 있었습니다. 이 시기에도 어김없이 외부 날씨에 영향을 받은 물류창고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특히 뇌심혈관계질환은 저온에서 발생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돌연사는 추운 날씨와 이로 인한 작업장 환경에서 더욱 잘 발생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노동자 직업성 질병 사망원인 1위가 바로 뇌심혈관계질환인 점을 고려하면 날씨는 중요한 변수가 됩니다. 물류센터 노동자는 기온이 영하 10도를 밑도는 날씨에 핫팩 하나로 견디며 바람이 옷깃을 파고드는 벌판에 서 있는 물류창고에서 난방설비 없이 밤샘작업을 하다가 사망했습니다. 이렇게 더위나 추위에 노출되어 사망하는 노동자들의 특성을 살펴보면 대부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라는 점입니다. 건설노동자들은 모두 다 일용직 노동자들입니다.

     

    청소노동자들 또한 정규직이 아니라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들입니다. 택배 등 배달노동자들도 1인 자영업자라 불리는 비정규직 노동자이고 물류센터 노동자들 역시 일용직이거나 계약직 노동자들입니다. 만약 이들이 정규직 노동자들이었다면 기업이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했겠지만 비정규직이기 때문에 정규직이 기피하는 더럽고, 위험하고, 힘든 공정에 투입되어 노동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산업재해는 그 국가의 인권수준을 보여준다고 합니다. 생산손실일수를 늘리고, 의료비용과 같은 사회적 비용도 증가시키죠. 무엇보다 가정을 파괴하고 노동자의 삶의 질을 떨어뜨려 사회 전체에 부정적 효과를 가져다줍니다.

    위험한 설비 때문도 아니고 산사태 같은 위험 때문도 아니라 단지 더위와 추위 때문에 사망하게 된다는 것은 요즘 세상에 정말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노동자들이 추위와 더위 때문에 계속 사망하는 것이 피할 수 없는 일일까요? 아닙니다. 우리나라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노동자가 어떤 업무환경에서든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우선, 사업주는 고열ㆍ한랭 또는 다습작업이 실내인 경우에 냉난방 또는 통풍 등을 위하여 적절한 온도ㆍ습도 조절장치를 설치해야 합니다. 또한 실내에서 고열작업을 하는 경우에는 열을 감소시키기 위해 환기장치를 설치하고 열원과 격리하며 복사열을 차단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합니다.

    건설노동자처럼 옥외에서 일하는 경우는 자주 쉬어야 합니다. 쉬기 위해서는 쉴 수 있는 공간, 즉 휴게시설을 설치해야 합니다. 여기서 휴게시설이란 화장실 마지막 칸을 쓰거나 임시로 천막을 쳐놓는 것이 아닌 제대로 된 공간을 말합니다. 뿐만 아니라 땀이 났을 때 탈의, 목욕, 세탁 및 건조가 가능한 시설이 제공되어야 합니다. 소금과 음료수 등도 제공되어야 합니다. 자주 쉬어야 한다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산업안전보건공단의 지침에서는 습도와 온도를 고려한 온도를 측정하고 이 결과값에 따라 업무의 힘듦 수준별로 계속 작업을 할 것인지 아니면 작업 중 25%~75%까지 쉬어야 하는 작업과 휴식의 시간 배분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2021년 5월31일 ‘열사병 예방 3대 기본수칙 이행 가이드’를 발표했습니다. 폭염 위험단계를 4단계로 구분하고, 각 단계를 지침대로 ‘기온·습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체감온도를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요즘에는 기술의 발전으로 매우 좋은 보호구나 설비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요즘엔 헬멧이나 허리에 착용하는 방식의 웨어어블 에어컨 제품도 있습니다. 추위를 막는 발열조끼도 있고, 열선자켓도 있습니다. 이러한 보호조치가 분명히 존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들이 보호받지 못하는 것은 왜일까요? 결국 비용의 문제입니다. 옥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제대로 된 휴게시설이 제공되지 않는 작업장이 너무 많습니다. 택배노동자들은 서너시간씩 택배 분류작업을 하면서 천정도 담도 없는 맨땅에서 일을 합니다. 노동자들은 땀을 뻘뻘 흘리고 일하지만 정작 씻을 곳이 없어 땀내 절은 작업복을 입고 퇴근하면서 주변의 시선을 따갑게 느껴야 합니다. 이러다가 사망하기도 합니다. OECD국가 중 국가경쟁력지수 7위라는 30-50 클럽에 속해있고 GDP 12위라는 대한민국에서 이런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처벌도 약하니 큰 비용을 들여 휴게시설을 만들고 에어컨 전기요금을 부담하느니 차라리 과태료나 벌금을 내자는 식의 황당한 의사결정을 해 왔던 것입니다.

    다행히도 2022년 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에서는 ‘덥고 뜨거운 장소에서 하는 업무로 발생한 열사병’ 발생시 경영진을 크게 처벌하겠다고 하니 이제는 예방이 될 것도 같습니다. 더위와 추위로 인해 일하다가 목숨을 잃는 상황이 더 이상 발생해서는 안 됩니다. 충분한 휴식과 보호조치를 통해 모든 일하는 사람이 안전하고 건강한 대한민국이 되어야겠습니다. 안전은 권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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