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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을 바탕으로 한 영화카테고리 없음 2021. 12. 28. 15:06
『오만과 편견』은
사백여 편 가까운 속편과 개작 소설,
패러디 소설을 낳았고,
서른 편 가까운 영화, 연극, 뮤지컬,
텔레비전 시리즈로 재탄생되어왔는데요,
이 중에서도 소설 『오만과 편견』을 바탕으로 한
몇 편의 영화는
『오만과 편견』의 현재성을 강력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먼저 소설 『오만과 편견』을 소재로 한 첫 번째 영화는, 1940년에 개봉된
로맨틱 코미디 영화 <오만과 편견>입니다.
'총각들이여 조심하라,
역사상 가장 위대한 남자 사냥이 시작되었다'라고 적힌
포스터가 인상적인데요,
영화는 로렌스 올리비에란 스타를 내세워
소설의 역사성을 배제한 채
결혼을 통한 여성의 신분 상승을
주된 내용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반면 1995년에 나온 BBC 미니시리즈 <오만과 편견>은
콜린 퍼스라는 무명 배우를
일약 스타로 만들어준 작품입니다.
다아시 역을 맡았던 콜린 퍼스는
소설 속 인물과 놀라운 싱크로율을 보여준 데다
원작에는 없던
남성다움과 섹시함을 강조한 장면들을 통해
다소 밋밋한 원작 소설의 남주인공을
모든 것을 겸비한 완벽한 남자의 대명사로
대중들에게 각인시켰습니다.
2001년 개봉된 영화
<브리짓 존스의 다이어리>에 등장하는 마크 다아시가
바로 이런 완벽한 남자의 현대판 예라고 할 수 있죠.
2000년 이전까지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된 <오만과 편견>이
주인공들의 로맨스에 치중한 경향이 있었다면,
2000년 이후 나온 『오만과 편견』 각색 영화들은
과감한 개작을 통해 강한 여성상을 부각시켰습니다.
2005년 개봉된 영화 <오만과 편견>은
엘리자베스 역에 키이라 나이틀리란 스타를 내세우고
다아시 역에는
인지도가 훨씬 떨어지는 배우를 캐스팅해
여주인공의 외모와 행동과 심정 변화에 집중해
보다 강력하게 여성의 목소리를 담아냈습니다.
그런가 하면 『오만과 편견』의 배경을
인도의 시골마을로 옮긴 영화도 있습니다.
인도 처녀 랄리타와
미국 재벌 윌리엄 다아시의 사랑 이야기로 만든
2004년 작 <신부와 편견>인데요,
이 영화도 여주인공을 원톱으로 내세운,
여성 인물 비중이 훨씬 큰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다아시를
인도 시골마을에 호텔을 지으려는
제국주의적 오만함을 가진 사업가로 그리는데요,
여주인공 엘리자베스는
다아시와의 낭만적 결혼을 꿈꾸는 처녀가 아니라
제국주의에 맞서는 투사 같은 여성으로 그려냅니다.
이렇게 강인한 엘리자베스의 모습이
가장 극단적으로 형상화된 영화는
바로 좀비와 싸우는 '닌자 전사 엘리자베스'입니다.
2016년 영화 <오만과 편견과 좀비>는
베넷가의 다섯 딸들을
어릴 때부터 좀비와의 싸움에서 살아남기 위해
무술을 연마한
최정예 전사들로 묘사하는데요,
좀비와 닌자라니
황당한 각색으로 들리실지 모르겠지만,
소설 속 사랑과 결혼을 둘러싼 갈등과 음모가
전쟁만큼이나 치열하고 잔인하다는 점에서
원작의 묘미를 잘 살린
흥미로운 각색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