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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전병 치료, 유전자 가위 기술이란?
    카테고리 없음 2022. 3. 13. 19:26

    투탕카멘은  19 세의 어린 나이로 생을 마감했는데요, 이유는 다름 아닌  유전병  때문이었습니다. 과학자들이  투탕카멘 미라를 CT 촬영해보니 발목이 괴사 하는 유전병인  쾰러 병 이 그의 사망 원인으로 밝혀졌지요. 투탕카멘처럼 만약 내 아이가 선천적으로 유전자 이상이 있어서 오래 못 산다는 진단을 받았다면 그 부모의 심정은 어떨까요? 억만금을 들여서라도 어떻게든 아이를 살릴 방법을 찾고 싶을 것입니다. 비정상 유전자를 정상으로 바꿀 수만 있다면 유전병을 쉽게 치료할 수 있을 텐데, 이런 일은 불가능한 것일까요? 그 불가능할 것 같은 일을 가능하게 할 연구결과가 공개됐습니다.

     

    미국 버클리대 제니퍼 다우드나 교수와 독일 하노버대 엠마뉴엘 카펜 디어 교수가 이끄는 공동연구팀은  사이언스지에 크리스퍼/카스 나인이란 유전자 가위를 개발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유전자 가위는  특정 유전자를 싹둑 잘라내고 그곳에 원하는 새로운 유전자를 붙여 넣을 수 있는 이른바  초정밀 유전자 가위입니다. 이 연구가 발표되자 생명공학계는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손쉽게 유전자를 편집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입니다. 일부에서는 유전자 분야의 혁명이 일어났다며 흥분했지요. 이게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요?

     

    다우드나 교수 연구팀은 오랫동안 유전자 가위 기술을 연구던 중 세균에 바이러스가 침투하자 세균이 방어 시스템을 가동해 침입자의 DNA를 잘라버리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세균을 포함해 대부분의 생명체는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제한효소'라는 단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한효소는 외부에서 침입한 바이러스의 DNA에 달라붙어 그 DNA를 '싹둑' 잘라버리는 역할을 하는데요, 그래서 이 제한효소를 유전자 가위라고 부릅니다. 연구진은 이 유전자 가위 기술을 이용하면 고장 난 유전자를 치료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제가 되는 비정상 유전자를 잘라내고 정상 유전자를 붙여 넣는다면 유전자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지퍼가 고장 났을 때 이빨이 나간 부위만 잘라내고 새로운 지퍼 조각을 끼우는 것처럼 말이죠. 사실 제니퍼 다우드나 교수의 연구 이전에도 많은 생명공학자들이 DNA를 자르고 붙이는 유전자 가위 기술을 연구해왔습니다. 이를 통해 유전자 조작 기술도 개발된 것이죠.

     

    그렇다면 이번에 개발된 '초정밀' 유전자 가위 기술은 그전과 무엇이 다른 걸까요? 대체 왜 이게 일대 혁신이라는 것일까요? 그동안 발견된 유전자 가위는 자를 수 있는 DNA 부분이 정해져 있었습니다. 원하는 부분을 '선택'해 '어디든지' 정교하게 자를 수는 없었던 것이지요. 그러다 보니 유전자 가위를 실제 유전자 치료에 활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다우드나 교수팀은 그 문제의 해결책을 발견했습니다. 잘라내고 싶은 유전자를 선택해 잘라내고 새로 갈아 끼울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것입니다. 먼저 DNA를 구성하는 염기가 상보적으로 결합하는 특징을 활용했는데요. 예를 들어 DNA1 지역을 자르고 싶으면 DNA1과 달라붙는 RNA1이 필요합니다. RNA1을 만드는 DNA1을 외부에서 만들어서 집어넣으면 세포 내에서 RNA1이 스스로 생성되어서 DNA1에 달라붙지요. 그리고 이들이 서로 달라붙으면 그때 원하는 부분을 잘라버리는 것이죠. 이렇게 되면 비정상 유전자만 자르고 그 자리에 자동으로 정상 유전자를 대체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미 제한효소가 특정 유전자를 자르는 역할을 한다는 것, 유전자 서열은 서로 상보적으로 달라붙는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지만  다우드나 교수팀은 이 사실들을 모두 연결시켜 새로운 유전자 조각을 집어넣은 후 원하는 곳에 붙이고 잘라내는  유전자 가위 기술을 완성한 것 이죠. 과학자들이 열광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초정밀 유전자 가위 기술의 성공으로 유전자 치료는 급물살을 타고 있습니다. 미국 솔크 생물학연구소에서는 2015년 유명 학술지 셀에 유전자 가위 기술을 통해 미토콘드리아 유전병을 치료할 수 있음을 쥐 실험으로 증명해 보였습니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의 발전소인데요, 이 유전자에 이상이 있으면 근육을 제대로 사용할 수 없어서 움직이기 힘들고 호흡마저 힘들어져 사망하게 됩니다. 연구팀은 쥐의 난자와 정자에서 유전변이를 일으키는 특정 미토콘드리아 DNA를 잘라냈습니다. 그리고 수정을 통해 태어난 새끼 쥐를 관찰했지요. 이 쥐는 정상적인 성인 쥐로 자랐습니다. 미토콘드리아 이상이 그다음 세대에 전달될 가능성도 크게 낮췄지요.

     

    이 가위 기술에 줄기세포기술을 더하면 활용 범위는 무궁무진해집니다. 사람의 줄기세포를 꺼내서 유전자를 고치고 다시 집어넣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게 판도라의 상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인간 스스로 유전정보를 편집할 수 있다는 것은 '맞춤형 아기'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2015년 4월 중국 중산대 황쥔 주 박사팀은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사람의 수정란을 편집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효율이 낮아 유의미한 성과를 보이지는 못했지만 유전자 가위를 인간에게 적용한 첫 번째 결과라는 점에서 크게 주목을 받았지요.

     

    유전자 편집은 대물림 병을 막는 등 인간의 삶에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정자와 난자의 유전자를 편집하면 자손이 바뀌게 됩니다. 잘못되면 그 영향은 자자손손 전달되지요. 인간을 원하는 대로 개조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무서운 이야기입니다. 유전자 편집 기술을 포함한 BT 기술은 분명 인간의 삶을 발전시킬 수 있는 중요한 기술입니다. 또한 성장 가능성도 무궁무진합니다. 하지만 과학의 플러스와 마이너스를 모두 알고 수용해야 비로소 그 산업이 정상적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바이오테크놀로지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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