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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폴 로머의 지속성장 연구
    카테고리 없음 2021. 12. 18. 11:25

    경제학자들의 오랜 관심은

    경제 성장의 동력이 무엇인지

    규명하는 것이었는데요.

    오늘은 경제성장의 근본 원리를

    천재적 혜안으로 설명해,

    2018년 노드하우스와 함께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로머의 연구를 만나보고,

    그가 우리 경제에 제시한,

    성장을 지속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사진출처 엘지디스플레이

     

    폴 로머 이전까지는

    1956년에 신고전학파 성장모형을 제시한

    로버트 솔로 교수의

    성장이론이 대세였습니다.

    솔로는 자본축적을 통한 성장이

    지속적으로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1957년 노동, 자본, 기술의 변화가

    경제성장에 미치는 효과를

    추정하는 모형을 개발했는데요.

    그런데 솔로는 자본축적이

    경제성장의 근본적 동력이 아니라는

    놀라운 결과에 도달합니다.

    솔로 모형에 따르면

    1909년~1949년 동안

    미국의 1인당 총생산량이

    2배 증가했는데,

    이 성장에 미친 자본의 효과는

    12.5%에 불과했고,

    나머지 87.5%는

    기술진보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신고 전학 파는 왜 자신들이 내세운 가설과

    다른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었을까요?

    바로, 자본은 축적될수록,

    생산성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노동자가 망치로 작업하는

    생산 공정에서,

    자본을 늘려 망치 하나를

    더 구입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자본은 더 투입되었지만,

    두 번째 망치는

    사실 거의 쓸모가 없죠.

    한 사람이 두 개의 망치를 동시에

    사용하긴 어려운 법이니까요.

    이러한 현상을

    자본의 한계생산 감소의 법칙이라고

    부릅니다.

     

    결국 생산성은

    망치의 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망치를 대신할 수 있는

    기계를 발명할 때 증가합니다.

    망치와 달리,

    기계는 버튼만 누르면 되므로,

    기계가 계속 늘어도

    생산성이 하락하지 않습니다.

    기술이 진보하고,

    이에 맞는 자본이 투입될 때

    계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죠.

     

    하지만 솔로는

    기술진보가 과학적 요인에 의해

    독립적으로 결정된다고 보았기 때문에,

    경제 성장이 경제체제의 밖에서

    외생적으로 결정된다고 간주했습니다.

    성장의 근본 원인이

    기술이라고 주목하면서도,

    이를 경제 체제 안에서 설명하지 못하고,

    기술발전이 어떻게 가능한가에 대해

    침묵한다는 치명적 한계를 지니고 있었죠.

    기술발전을 경제체제 내에서

    설명할 수 있을까요?

    1980년대에 내생적 성장이론을 개척한

    경제학자가 바로 폴 로머입니다.

     

    사실 현실에서는 기술진보가

    생산 공정의 개선, 새로운 상품 개발,

    새로운 시장 개척과 같은

    경제적 요인을 통해 발생합니다.

    기업이 원가를 절감하기 위해

    생산과정을 개선하면서

    기술 변화가 일어난다면,

    이는 전적으로 경제적 요인에 의해

    유발되는 것으로,

    기술 변화는 경제외적인 요인이 아니라

    경제 내적인 요인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죠.

    폴 로머의 공헌은

    기술진보를 경제 체제 안에서 설명하며,

    기술 발전도 다른 상품들과 마찬가지로

    인센티브에 반응한

    연구자 혹은 기업가의 노력으로

    가능하다는 사실을 간파한 것입니다.

     

    하지만 기술 발전의 동력이 되는

    아이디어는 일반 상품과 다른

    결정적 차이가 있는데,

    바로 비경합적이라는 점입니다.

    경합적이라는 것은 한 사람이 쓰면

    그만큼 다른 사람이 쓸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드는 성질을 의미하며,

    우리가 떠올릴 수 있는

    대부분의 상품이 경합적입니다.

    반면 백신 기술은

    여러 사람이 사용한다고 해도

    그 가치가 떨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사용할 때

    백신의 효과가 증대하는데,

    이러한 성질을 비경합성이라고 합니다.

    폴 로머는 나눌수록 가치가 커지는

    기술의 특징이,

    ‘규모의 경제’의 근간이 되고,

    경제성장을 이해하는 열쇠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기술은

    배제성을 지니기도 합니다.

    기술은 특허와 지적재산보호와 같은

    제도를 통해 독점할 수 있고,

    큰 이윤을 누릴 수 있기에,

    기업이 기술진보에 노력할 수 있는

    인센티브가 되는 것이지요.

     

    2019년 폴 로머 교수는

    “한국은 매우 빠른

    경제발전을 이뤄냈지만

    최근엔 성장 속도가 현저히 둔화돼

    기존 성장전략을 재편하는 것이

    불가피해졌다”라고 진단했습니다.

    그리고 “경제의 지속성장은

    노동, 자본과 같은 양적 투입보다

    인적 자본, 기술 등과 같은

    질적 변화에 달려 있다”며

    “가능한 많은 사람이

    기업 현장에서 지식을 쌓고 공유하며,

    이렇게 축적된 지식이

    새로운 기술과 사업모델을 탄생시키는

    선순환적 성장구조를 만들어야

    혁신을 촉진할 수 있다”라고 조언했는데요.

     

    기술을 진보시킬 수 있도록

    지식이 충분히 공유되면서도,

    새로운 기술에 대한 인센티브 역시

    부족하지 않게 제공되어

    기업, 연구자들이

    기술 진보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하는

    균형점을 잘 찾아 나간다면,

    우리 경제가 주춤했던 성장을

    지속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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