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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일어나는 시간이 중요한 이유카테고리 없음 2022. 3. 13. 10:51
사실 잠은 단계가 있습니다 . 1단계의 얕은 잠부터 3단계의 깊은 잠까지 단계가 있지요. 잠들기까지 5-10분 정도 비몽사몽 뒤척이는 시간이 있는데 이게 1단계 수면입니다. 이때는 주변에서 소리가 나면 어렴풋이 들을 수 있고 자극을 주면 금방 눈을 뜨기도 합니다. 보통 이때 눈을 뜨면 안 잤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이때 이미 1단계 수면에 돌입한 것입니다.
2단계는 그보다 조금 더 깊은 수면에 들어간 것이고요, 이 2단계를 거쳐 3단계의 서파수면으로 가는데 이게 보통 말하는 깊은 잠입니다. 그리고 꿈을 꾸는데요. 자는 사람 보면 눈동자가 좌우로 왔다 갔다 할 때가 있지요? 이때 꿈을 꾸고 있는 겁니다. 이걸 렘수면이라고 합니다. 이 한 주기가 평균 90분 정도 되고 밤새 평균 다섯 번 정도 이런 사이클이 생깁니다.
한숨도 안 잤다고 느껴도 누워있었다면 깜빡깜빡 수면 단계에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겁니다. 가끔 밤새 꿈을 꾸느라 한숨도 못 잤다고 하는데 그건 사실이 아닌 거죠. 제가 왜 이런 어려운 말씀을 드리느냐. 잠은 자연스러워야 한다는 겁니다. 저절로 생체리듬에 따라가면 됩니다. 쉽게 말하면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잠이 오면 자고 안 오면 깨 있으면 된다는 뜻입니다. 불면증 환자들은 잠을 자기 위해 지나치게 노력합니다. 이게 오히려 뇌를 각성시켜 잠을 깨웁니다. 잠이 약간 오면 잠자리에 들고 20-30분이 지나도 안 오면 그냥 나와서 잠시 안 자면 됩니다. 조용하고 단조로운 음악을 들어도 좋고 책을 봐도 좋습니다. 그러다 졸리면 또 시도하면 됩니다. 그래도 잠이 안 오면 차라리 오늘은 안 자겠다고 생각하세요. 그게 낫습니다. 그러면 자기도 모르게 언젠가는 자연스럽게 자게 됩니다.
중요한 것은 오늘 하루 자느냐 못 자느냐가 아닙니다. 수면은 리듬이지요. 하루 이틀 못 잤다고 절대로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수면위생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알고 있는 것들입니다. 낮에 햇빛도 적당히 보고, 운동도 좀 하고, 커피 같은 카페인 든 것 피하고, 잠자리를 조용하고 불빛이 차단되도록 하라는 등등이 바로 수면위생입니다 . 그런데 여기서 제일 중요한 것은 잠드는 시간이 아니고 일어나는 시간입니다. 몇 시에 잤던 상관없이 가능하면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는 것이 잘 자기 위한 중요한 조건입니다. 새벽에 잠들었으니 낮에까지 잤다? 이렇게 되면 리듬이 깨지는 겁니다.
가능하면 평소대로 일어나고 정 수면시간이 짧았으면 필요에 따라 낮에 잠깐 낮잠을 자는 정도가 좋습니다. 그래야 전체적인 리듬을 유지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몇 시간을 자야 정상인가요? 이렇게 많이 묻습니다. 사실 정답은 없습니다. 왜? 사람마다 다 달라요. 8시간, 9시간 자야 편안하다는 분들도 있고 4시간만 자도 거뜬하다는 분들도 있습니다. 이건 체질적인 요인도 있고 훈련에 의해 습관화된 것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나의 낮 동안 생활이 잠 때문에 얼마나 지장을 받는가 하는 것입니다. 5시간 자고도 피곤하거나 졸리지 않고 잘 생활한다면 그 사람에겐 5시간 수면이 적당한 것입니다.
물론 만성적인 불면증은 다릅니다. 이건 몸과 마음에도 지장을 주고 큰 리듬에 문제가 생긴 것이니 검사를 받고 치료해야 됩니다. 가끔 잠이 안 올 때 술 마시면 어떠냐고 묻는 분들이 있습니다. 곯아떨어져서 잘 잔다고 말합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아닙니다.
불면증에 술은 엄청난 독입니다. 술은 일시적으로 긴장을 줄이는 역할을 합니다. 뇌도 억제시킵니다. 그러니까 얼른 잠이 드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문제는 잠의 질인데요. 초반 2-3시간의 수면 도입부에는 도움이 되는데 깊은 서파수면을 방해합니다. 깊은 잠을 잘 수가 없는 것이죠. 술기운이 떨어지는 3-4시간 뒤부터는 아주 질이 나쁜 토막잠이 되니까 다음날 낮에 꾸벅꾸벅 졸리지요. 그래서 또 불면증을 악화시킵니다. 특히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이 있는 분들에게는 진짜 나쁩니다. 술이 분해되면서 발생하는 아세트알데하이드라는 물질이 점막을 붓게 하고 기도를 좁게 만들어서 숨을 더 못 쉬게 하지요. 그래서 위험한 겁니다. 진짜 불면증 때문에 생활에 문제가 있는 분들은 술보다는 차라리 약을 드세요. 수면제 먹으면 안 좋지 않나요? 이렇게 물어봅니다. 네. 무조건 수면제만 드실 필요는 없습니다. 원인에 따라서 약간의 항불안제나 수면을 잘 유도하는 소량의 항우울제가 도움이 되는 분도 있습니다.
수면교육을 받고 수면위생만 잘 지켜도 좋아지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필요에 따라 일시적으로 수면유도제를 사용하는 것은 별 문제는 없습니다. 다만 습관적으로 먹는다거나 양이 점점 늘어나는 것은 좋지 않지요. 가끔 연세 드신 분들 중에 수면제를 복용한 이후에 정신이 왔다 갔다 하기도 하고 일시적으로 기억이 없어지는 분들이 있어요. 대부분 수면제 양이 과해서 그런 겁니다.
꼭 필요할 때 전문의의 처방에 따라서 자신에게 맞는 약으로 적절한 용량을 드신다면 문제가 없습니다. 나이가 들면 잠도 좀 달라집니다. 일찍 잠이 오고 새벽에 일찍 깨지요. 이건 대부분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젊을 때처럼 한 번에 7-8시간 잤어요, 이런 잠은 드물어요. 자다가 소변도 보고 한두 번 깹니다. 전립선이 커지면 방광을 자극해서 소변을 보라는 신호를 보내는 겁니다. 이런 여러 이유로 잠이 토막이 나지요. 대신 자기도 모르게 낮에 순간순간 졸기도 하는 겁니다. 이런 정도는 그저 자연스러운 생리적인 현상이니까 크게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그러나 자신은 잘 느끼지 못하지만 수면의 질이 좋지 않거나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한번쯤은 자신의 수면에 대해서 평가를 해보고 전문가의 조언을 듣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요즘 내 수면의 질은 어떤지 한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