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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트레킹, 돌로미티카테고리 없음 2020. 6. 8. 20:31
알프스 동쪽 끝자락, 이탈리아 북부에 자리한 돌로미티 산맥은 ‘이탈리아의 알프스 ’라 부릅니다. 수직의 바위와 초원이 어우러져 ‘신의 조각품’처럼 아름답기 때문인데요. 여기에 지질학적 가치까지 더해져 2009년 세계 자연유산으로 선정됐습니다.
사진출처 네이버블로그 돌로미티의 많은 트레킹 코스 중 최고로 꼽히는 곳이 바로‘트레치메’입니다. 이곳은 1차 세계대전의 아픔을 간직한 역사적 현장인데요. 3000m 높이의 세 개의 바위봉이 빚어내는 풍경이 최고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곳입니다. 먼저, 물의 도시 베네치아에서 자동차로 3시간쯤 들어가면 트레치메의 입구, 아우론조산장에 닿습니다.
사진출처 네이버블로그 트레치메 코스는 아우 론조 산장을 출발점으로 트레치메 봉우리를 한 바퀴 돌아오는 코스인데요. 거리는 9.5㎞로 넉넉잡아 5시간쯤 걸립니다. 비교적 거리가 짧아 대개 당일 코스로 다녀오지만, 저는 코스 중간에 자리한 ‘로카텔리산장’에서 하룻밤을 묵는 1박 2일 코스를 추천합니다. 그 이유는 돌로미티에 오랜 역사를 가진 아름다운 산장들이 많기 때문인데요. 그중 로카텔리 산장이 최고로 손꼽히는 곳입니다.
이탈리아 트레킹, 돌로미티 트레킹 시작점인 아우론조산장 앞에서 만난 돌로미티의 첫인상은 매우 험악했습니다. 산장 뒤로 티라노사우르스의 어금니와 같은 바위들이 병풍처럼 펼쳐졌고, 회색빛 바위들이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죠. 그 모습에서 ‘악마의 왕국’이 떠올랐습니다.
사진출처 네이버블로그 하지만 한 걸음 한 걸음 내걸으면서 트레치메의 속살로 들어서자 무서움은 조금씩 사라지고, 왠지 따뜻한 순정이 느껴졌는데요. 문득 돌로미티는 천국을 사랑한 악마가 만든 작품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악마의 왕국처럼 황량하고 거칠지만, 그 안에는 천국의 따뜻함이 깃들어 있었죠.
사진출처 네이버블로그 쭉 걷다보면 라바레도 산장이 보이는데요. 이곳 오르막길이 나오고, 트레치메의 오른쪽 허리를 타고 돌아가다 보니, 로카텔리산장이 보였습니다. 이곳 산장 못미처 산비탈에는 동굴이 있는데요. 동굴 안으로 들어가면 제법 아늑하고, 밖을 바라보는 작은 구멍이 여럿 뚫려 있는데, 바로 여기가 1차 세계대전의 현장입니다.돌로미티는 본래 오스트리아 ‘티롤(Tirol)’ 지방에 속했는데요. 1914년 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국경을 맞댄 돌로미티에서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 간 치열한 전투가 벌어집니다.
사진출처 네이버블로그 산에서 치르는 전쟁이라 ‘산악 전쟁’이라 하는데요. 트레치메에서 많은 오스트리아 젊은이들이 동굴을 파고 겨울을 버티다 얼어 죽었다고 합니다. 결국 오스트리아는 패전국이 되었고, 광대한 돌로미티 땅을 승전국인 이탈리아에 넘기고 만 것이죠. 덕분에 이탈리아는 남쪽 따뜻한 지중해에부터 북쪽의 알프스 돌로미티 산악지대까지 아름다운 자연을 두루 품게 되었습니다.
사진출처 네이버블로그 이렇게 산장이 가까워지자 날씨가 급변했습니다. 트레치메 봉우리가 구름 띠를 두르며 신비롭게 서 있었는데요. 서둘러 산장 안으로 들어서자 기다렸다는 듯 비가 쏟아졌습니다. 그날 산장에서 세계 각지에서 온 트레커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마치 오랜 친구처럼 정겹게 느껴졌습니다. 비 그친 다음 날은 화창했는데요. 산장 밖 테라스에 앉자 트레치메를 정면으로 마주 볼 수 있었습니다. 봉우리 생김새가 두 손을 합장하는 것 같아 경건하게 느껴지기도 했죠.
사진출처 네이버블로그 특히, 아침 빛을 받자 붉게 빛나다가 시나브로 색을 바뀌었습니다. 이렇게 돌로미티의 백운석회암 바위들은 빛에 따라 색이 바뀌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로카델리산장에서 15분쯤 내려가자 예쁜 호수가 숨어 있었는데요. 한 바퀴 돌면서 호수에 담긴 푸른 하늘과 바위, 그리고 멀리 그림처럼 자리한 로카텔리 산장을 바라보는 맛이 짜릿했습니다. 저는 초원에 누워 야생화와 함께 바람에 흔들리며, 하염없이 호수를 바라봤죠.
사진출처 네이버블로그 이렇게 호수를 한바퀴 돌아 다시 산장으로 오면 이제는 하산할 차례입니다. 마침 전통복장을 한 사람들이 트레치메를 배경으로 음악을 연주하고 있었는데요. 독일의 한 방송국에서 촬영 나왔다고 하더군요. 덕분에 돌로미티 지역의 전통 음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투박한 음악과 해맑은 사람들, 그리고 트레치메가 너무나도 잘 어울렸습니다.
사진출처 네이버블로그 이렇게 길을 나서 트레치메 오른쪽 봉우리를 타고 작은 호수를 지나면 출발했던 아우 론조 산장이 나오면서 트레킹이 마무리됩니다.돌로미티는 지구 상에 몇 안 되는 독특한 풍경을 가진 자연유산입니다. 만약에 유럽여행을 준비하고 계신가요? 그렇다면 베네치아에서 가까운 트레치메를 꼭 한 번 걸어보시길 바랍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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