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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화폐 최고액권의 주인공, 하바롭스크카테고리 없음 2022. 3. 20. 20:34
중국 정복의 최전방 전진기지
러시아 지폐 중 최고액권은 한화 10만 원에 해당하는 5천 루블입니다. 그런데 이 최고액권에 묘사된 도시는 러시아 수도인 모스크바도 제2의 도시인 상트 페테르부르크도 아닌, 인구 60만여 명의 작은 도시 하바롭스크입니다. 러시아에서 인구 100만 명 이상의 도시가 15개나 있는데요, 왜 하필 극동 변방에 있는, 인구 순위 24위에 불과한 하바롭스크가 최고액권의 주인공이 되었을까요? 이 지폐의 앞면을 장식하는 것은 1858년 청나라와 아이훈 조약을 성공적으로 체결하고 그 해 봄 아무르 강변에 러시아 군대의 기지 건설을 명령한 극동 주지사 무라비요프-아무르스키의 동상입니다. 이 기지를 건설한 5월 31일이 하바롭스크의 도시 창건일이 되었습니다. 러시아 황제는 도시의 창건자를 기리기 위해 그가 죽은 지 10년 뒤인 1891년에 아무르 강변의 절벽 위에 동상을 건립했지요. 무라비요프는 아직도 부족한 듯 아득히 먼 곳을 쳐다보고 있는데요. 그의 시선을 따라 가면 아무르강 맞은편, 바로 중국이 눈에 들어오지요. 이곳에서 중국 국경까지는 겨우 17km에 불과합니다. 19세기 말 러시아 제국의 꿈은 중국 정복이었고 하바롭스크는 이 꿈의 최전방 전진기지였지요. 그러나 이 꿈은 끝내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012345678910111213지정학적 중요성
그런데 무라비요프 동상이 2006년 전 국민이 사용하는 지폐에 다시 등장했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100년 전과 달라진 점을 찾을 수 있는데요. 아무르강변에 군 기지를 건설하는 모습이 아니라 아무르강을 따라 자원을 실어 나르는 바지선이 보입니다. 지폐의 뒷면 다리는 1916년에 완공된 길이 3.9km의 아무르다리로 20세기 초 ‘아무르의 기적’이라고 불린 다리입니다. 이 다리는 러시아의 최대 젖줄인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수송하는 철교인데요. 1998년부터 리모델링을 해서 지금은 복층구조로 상단부는 자동차가 하단부에는 기차가 지나가도록 되어 있지요. 무라비요프가 세운 하바롭스크는 더 이상 중국 정벌의 전진기지가 아니라 주변국과의 경제 협력을 통해 러시아 경제를 살리는 극동 최고의 물류허브입니다. 블라디보스톡이 시베리아 횡단 열차의 기착지이자 해상물류기지라면, 하바롭스크는 TSR과 제2의 TSR인 바이칼-아무르 철도가 만나고 아무르강을 통해 중국과 태평양 연안 항구를 이어주며 항공로를 통해 서울, 도쿄, 베이징으로 연결되는 극동지역 최대의 육상, 하상, 항공 물류의 중심지입니다. 푸틴은 효율적인 국가 관리를 위해 러시아를 8개 연방관구로 나누고 극동연방관구의 수도를 블라디보스토크가 아닌 하바롭스크로 정했는데요. 2012년 동진정책을 위해 만든 극동개발부 센터와, 러시아 연방군의 4대 군관구 중 하나인 동부 군관구 사령부를 하바롭스크에 정한 것도 하바롭스크의 지정학적 중요성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