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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여왕 가설 효과(기업의 혁신과 성장의 중요성)카테고리 없음 2022. 3. 17. 20:53
연말 성과급에서 S등급까지는 아니어도 중간은 하겠지 했는데, C등급 받으신 적 없으신가요?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질까요? 이제 그 이유를 ‘붉은 여왕 가설’을 통해 설명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는 루이스 캐럴의 판타지 소설 잘 아시죠? 그 속편이 ‘거울나라의 앨리스’인데요. 이 책에는 거울나라로 들어간 앨리스가 붉은 여왕과 함께 나무 주변에서 뛰고 또 뛰는 대목이 나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무를 벗어날 수 없었지요. 그래서 앨리스가 붉은 여왕에게 묻습니다. “내가 살던 나라에서는 이렇게 오래도록 달렸으면 이미 다른 곳에 갔어야 할 텐데, 왜 여기서는 나무 주위에서만 계속 맴돌고 있나요?”라고 말이지요. 그에 대해 붉은 여왕은 "여기서는 힘껏 달리면 늘 제자리야. 나무 주위를 벗어나려면 지금보다 두 배는 더 빨리 달려야 해.”라고 대답합니다. 거울나라는 사물이 웬만한 속도로 움직이면 다른 것도 그 속도로 따라 움직이는 아주 특이한 곳이었기 때문이죠. 이러한 내용에 착안해 만들어진 비유적인 명제가 ‘붉은 여왕 가설’입니다. 세상의 그 어떤 주체도 경쟁상대에 맞서 끊임없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어느 순간 경쟁우위를 잃고 ‘루저(loser)’로 전락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데요. 단순히 내가 부지런했다는 사실만으로 승리를 기대하면 오산이라는 것입니다. 남들도 부지런하기 때문이죠. 승리란 쉽게 담보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0123456‘붉은 여왕 가설’을 처음 소개했던 사람은 미국 시카고대학의 진화생물학자였던 리 베일런(Leigh Van Valen)입니다. 1973년 그는 기존 학설을 뒤흔드는 주장을 합니다. 당시만 해도 학자들은 거대한 운석 충돌로 인해 공룡들이 한순간에 사라졌듯이 예상치 못한 급격한 자연환경 변화가 생명체의 대량 멸종을 야기했다고 믿어 왔습니다. 그런데 쥐라기, 백악기 등 공룡시대 이후에는 급격한 환경변화가 없었죠. 이 대목에서 리 베일런은 의문을 품게 됩니다. 공룡시대 이후 급격한 환경변화가 없었다면 대부분의 생명체들이 살아있어야 하는데, 분석 결과 이미 90% 이상 멸종되었음을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기존 학설로는 제대로 설명이 안 되는 부분이었던 거죠. 급기야 그는 1973년 「새로운 진화의 법칙」이란 논문에서 “생명체들은 한순간에 소멸되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소멸되어 간다.”는 ‘지속 소멸의 법칙’을 제시했습니다. 유사 이래, DNA 개선이 상대적으로 느린 생명체들부터 점차 진화 경쟁에서 뒤처져 하나하나 소멸되어 왔다는 것인데요. 한마디로 말해, 진화 경쟁은 생존에 가장 불리해진 열성 DNA의 생명체들부터 순차적으로 멸종되는 상대적, 순차적 게임이라는 뜻입니다. 이를 쉽게 설명하기 위한 아이디어가 바로 ‘붉은 여왕 가설’입니다. 더 오래 살아남으려면 다른 생명체들의 진화 속도보다 더 빨라야 한다는 비정한 생태계 모습을 리 베일런은 거울나라에 비유했던 것이죠.
‘붉은 여왕 가설’은 경영학 분야에서 특히 잘 알려져 있는데요. 미국 스탠퍼드 경영대학원 교수인 윌리엄 바넷은 1996년 ‘조직진화 과정에서의 붉은 여왕’이란 논문에서 리 베일런의 아이디어를 경영학에 처음 접맥 시킨 인물입니다. 여기에서 그가 붉은 여왕을 동원해 에둘러 던지려 했던 메시지는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는 것인데요. 무엇을 두고 하는 말일까요? 다름 아닌, 경쟁입니다.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쉼 없이 경쟁하는 거울나라의 앨리스와도 같은 존재이죠. 그래서 혹자는 경쟁자가 없는 시장, 즉 ‘블루오션’ 발굴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합니다. 경쟁의 각축장인 거울나라에서 탈출구를 모색해 보라는 말인데요. 윌리엄 바넷은 ‘블루오션’ 같은 것은 꿈도 꾸지 말라고 일축합니다. 기업에게 경쟁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것이죠. 더 나아가 그는 기업의 혁신과 성장을 가져오는 원동력이 바로 경쟁에서 온다고 보았습니다.
전 세계 최대 아동 완구업체인 미국의 ‘토이즈 알 어스’, 우리나라에선 토이저러스로 체인을 이루고 있는 이 기업이 지난해 9월 경영난을 견디다 못해 파산했다고 합니다. 가장 큰 원인은 아마존과 같은 온라인 업체와의 경쟁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점을 꼽습니다. 소비자의 구매패턴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빠르게 이전됨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DNA로의 탈바꿈에 뒤쳐졌다는 것인데요. 세상에 영원한 승자가 없다는 ‘붉은 여왕 가설’의 교훈이 새삼 피부에 와닿는 사례가 아닐 수 없습니다. 남보다 한 걸음이라도 더 앞서가려는 쉼 없는 DNA 변신! 지금이라도 서둘러 실천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