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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형제의 자전거 비행 실험카테고리 없음 2021. 12. 22. 10:05
여기 한 장의 사진이 있습니다.
자전거인 것 같긴 한데, 뭔가 이상합니다.
자전거 핸들 위에 바퀴가 하나 더 달려 있는데요.
사실 이 자전거는 라이트 형제가
비행 실험을 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실제로 인류 최초의 비행이 성공하는 데
큰 기여를 했습니다.
자전거로 비행 실험을 하겠다는,
조금은 이상해 보이는 생각을
라이트 형제는 어떻게 할 수 있었을까요?
여기 한 장의 사진 그리스로마 신화에는
새의 깃털로 날개를 만들어
태양 가까이까지 날았던 인간,
이카루스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인류는 오래 전부터
이카루스처럼 하늘을 날고 싶어 했지만,
비행이 기술적으로 가능해진 것은
19세기 말입니다.
사람이 날개를 퍼덕인다 한들
새처럼 날 수 없었지만,
강한 힘을 내는 엔진이 발명된 이후에는
엔진으로 프로펠러를 돌려 추진력을 얻으면
하늘을 나는 것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기체역학을 이용해
비행을 설명하는 이론이 등장했고,
유럽과 미국의 많은 발명가들이
인류 최초의 비행을 실현하려는 도전에
뛰어들었습니다.
미국의 유명한 과학자 새뮤얼 랭글리는
미 국방성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연구를 진행해,
기자들을 모아놓고 비행 실험을 하지만
멋지게 실패하는데요.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1903년 12월 17일,
노스캐롤라이나 주 키티호크 해변에서
오빌 라이트와 윌버 라이트 형제는
12초 동안 37미터를 비행하고,
다시 59초 동안
260미터를 비행하는 데 성공합니다.
자전거 점포를 운영하던 형제가
인류의 첫 비행에 성공한 순간이었습니다.
라이트 형제는 어렸을 때부터
하늘을 나는 기구를 만드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형제가 초등학생이 되었을 때
아버지가 프로펠러 장난감을 사 주었는데,
오빌은 이 장난감의 작동 원리를 이해한 뒤,
나무를 깎아 프로펠러를 직접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학교 선생님에게
‘언젠가 하늘을 나는 기계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고 하는데요.
역시 라이트 형제는
어릴 때부터 비범했구나, 싶으신가요?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우리도 어린 시절에는
실현 불가능한 상상을 하곤 했습니다.
과학과 이론으로 설명되는 세상을 배우기 전에는,
하늘을 나는 슈퍼맨이 될 수 있을 것도 같았고,
우주에 가서 외계인을 만날 수 있을 것도 같았습니다.
그런데 어른이 되면서,
어느 순간부터 이런 상상을 ‘유치한’,
즉 어린아이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고,
우리는 더 이상 상상을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라이트 형제의 아버지는
형제에게 항상 열린 마음으로
호기심을 잃지 말라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라이트 형제는 대학을 다니지도 못했지만,
가족이 형제의 지적인 호기심과 상상력을
계속 유지시켜 주었던 동력이었던 것입니다.
라이트 형제는 비행을 실현하기 위해
여러 이론을 섭렵하며 실험을 멈추지 않았는데,
1900년에 꽤 성공적인 글라이더를
만들어서 날렸습니다.
글라이더는 비행기 날개에 해당하는 부분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들이 만든 글라이더는
다른 사람이 만들었던 것보다 더 높이 날았습니다.
다음해에는 더 큰 글라이더를 만들었는데,
이상하게도 두 번째 글라이더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낮게 날았고,
갑자기 방향을 거꾸로 바꾸는 등,
통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다시 새로운 날개를 제작해서 실험하려면
시간과 돈이 너무 많이 들었기에
1년을 다시 기다려야 했지만,
하늘을 날게 되는 상상을 멈출 수 없었던 형제는
자신들의 자전거에 주목하게 됩니다.
그리고 큰 글라이더를 만드는 대신,
날개 모형을 자전거에 매달아서
실험하는 방법을 생각해 냅니다.
자전거의 핸들 위에
다른 자전거 바퀴를 옆으로 뉘여 매달고,
그 위에 날개 모형을 매단 뒤,
이 자전거를 타고 내리막길을 달리면서
날개 모형에 가해지는
바람의 영향을 측정하는 것이었죠.
자전거의 비행 실험은 꽤 진척이 있었지만,
바람의 방향이 조금만 달라지면
날개에 작용하는 힘이 달라져서
완전히 다른 실험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 때 라이트 형제는 다시 상상력을 발휘합니다.
밖에서 제멋대로 부는 바람 대신,
같은 세기의 바람을 날개에 불게 할 수 없을까?
실험실에 바람을 들여오면 어떨까?
자전거에 날개를 매다는 것만큼
이상한 상상이었지만,
형제는 이번에도 그 상상을 실현 시킵니다.
형제는 2미터 정도 길이의 상자를 만들고
그 안에 모형 날개를 고정해 두었습니다.
그리고 선풍기 바람을
상자 한쪽으로 들어가게 했습니다.
그리고 선풍기의 바람을 조절하면서
200여 개의 다양한 형태의 날개가
어떻게 힘을 받는지 분석해
최적의 날개 모양을 알아낼 수 있었습니다.
이 장치가 바로 항공기의 발명만큼이나
라이트 형제의 대단한 발명으로 꼽히는
‘풍동’, 윈드터널입니다.
윈드터널은
균일한 공기의 흐름을 인공적으로 만들어,
물체에 미치는 영향이나
물체의 운동을 조사하는 장치로,
20세기 항공공학이 발전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되었던 것입니다.
최근에는 자동차, 선박, 고층빌딩을 설계하는 데도
이용되고 있는데요.
글라이더 대신 자전거로 비행 실험을 하려는 생각.
야외에서 통제하기 힘든 바람을
실험실 안으로 들여오겠다는 생각은,
라이트 형제가 자신들의 머리 속에 떠오른 상상을
유치한 생각으로 치부하지 않고
진지하게 시도했기에 실행될 수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해오던 상상을
어른이 되어서도 멈추지 않았던 라이트 형제.
어린아이 같은 생각과
자유로운 상상을 멈추지 않는 어른이 많아진다면,
더욱 놀라운 기술의 진보가 탄생할지 모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