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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야마하 악기 피아노카테고리 없음 2022. 3. 13. 20:57
일본의 장기 침체에서 악기 시장도 예외는 아닙니다. 1980년대 일본 시장에서 연간 30만 대에 달하던 어쿠스틱 피아노의 출하대수는 현재 20분의 1 수준인 1만 5천대로 줄어든 상황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 선두 야마하 기업은 14년 만에 최대 성과를 기록할 전망인데요. 시장이 풍비박산 나버린 상황에도 야마하는 어떻게 성장할 수 있었을까요?
1887년 오르간 수리 사업에서 시작한 야마하가 매번 승승장구했던 것은 아닙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매출이 3분의 2 수준으로 감소하고 영업적자를 기록하기도 했죠. 야마하는 위기 돌파하기 위해 2013년 ‘나카타 타구야’를 새로운 사장으로 임명합니다. 그는 야마하의 부진 원인으로 우선 생산자 중심의 기업문화를 꼽았습니다. 정통 어쿠스틱 피아노 외에는 피아노로 인정하지 않는다거나 기술만 좋으면 무조건 잘 팔릴 수 있다는 임직원의 마인드가 조직에 만연해 있던 것입니다.
나카타 사장은 ‘고객이 피아노라고 정의하면 그것이 피아노다’, ‘고객은 기술이 아니라 가치를 산다’라는 새로운 고객 관점을 주입하는데 주력합니다. 오로지 생산에만 집중했던 야마하가 이제 고객 니즈 파악에 나서게 된 것이죠. 먼저 사내 최초로 각 제품마다 마케팅 전략을 총괄하는 마케팅 부서를 신설하여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개발하는데 심혈을 기울입니다. 예를 들어, 피아노를 치고 싶어도 높은 가격 때문에 주저하는 소비자의 심리를 파악해 초보자 입문형으로 3만 엔, 한화로 약 30만 원대 전자피아노 ‘P-45’를 개발하는데요. 출시 이후 누적 판매대수 100만 대 넘는 히트상품으로 바로 등극하게 됩니다. 또한 아파트 등 주택 밀집지역 거주민을 대상으로 수요를 파악한 결과 이들은 이웃에게 방해될 것이 염려가 되어 피아노 구매를 꺼렸는데요. 그래서 보다 작은 소리로 연주를 할 수 있는 연습용 피아노 ‘사이 렌트(Silent)’ 시리즈를 선보입니다.
생산자 중심에서 고객으로 관점을 전환하니 해외 시장 개척도 슬슬 풀리기 시작했는데요. 유럽, 미국 등 선진국에는 전문가용 고성능 제품을 투입하고, 중국 등 개발도상국에는 기능을 줄여 가격을 낮춘 신제품을 출시하는 등 지역별로 주력 제품 및 판매 가격을 달리하는 현지화 전략을 구사하게 되었죠. 이와 함께 나카타 사장은 조직 체계에 변화를 줍니다. 야마하는 음향 센서, 재료 가공, 디지털 시그널 프로세싱 등 다양한 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상품 카테고리별 운영 방식에 집착해 악기별로 개발, 제조, 영업 부분이 따로 존재하는 등 서로 독립된 상태에서 운영되었죠.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도 엄연히 존재했지만 현재의 분권화된 조직 체계에서는 생각지 못했던 것입니다.
이에 나카타 사장은 현재의 사일로화 된 사업부제를 폐지하고 개별 독립적으로 운영되던 부서들을 통합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합니다. 이후 악기 제조 및 오디오, 음향 기술을 융합한 신규 상품 개발을 독려했습니다. 그 결과, 어쿠스틱 피아노의 진동 감과 터치감을 구현하는 '그레이드 해머', 스피커가 아닌 피아노 전체에서 소리를 발현하면서도 볼륨을 조절할 수 있는 디지털 사운드化 기술 등을 개발하여 어쿠스틱과 일렉트릭 악기 제조 기술을 통합 구현한 피아노를 출시할 수 있었죠.
제조 부문에서는 통합된 공장 라인 관리를 통해 수요에 따라 악기 생산 시기를 분산하여 공장 가동률까지 높일 수 있었습니다. 생산자 중심에서 소비자로, 분권에서 통합으로 체질개선에 성공한 이후 야마하는 핵심 사업 영역에 주력합니다. 금융 위기 이전에 야마하는 스포츠 용품, 가구 및 주택 설비, 리조트 시설 등 사업 확장을 통해 악기 제조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하려 했으나, 관리 비용 증가, 이익 변동폭 확대 등 부작용이 심했습니다.
이에 나카타 사장은 선택과 집중에 나서는데요. 야마하의 사업분야를 소리와 음원에 한정하고, 악기 제조, 음향 장비, 음향 관련 산업 장비 및 부품을 3대 핵심 사업 영역으로 선정했습니다. ‘악기 제조’ 사업은 비록 연간 3% 정도의 저성장이 예상되는 포화시장에서 극적인 매출 증대를 기대하기 어렵지만, 야마하 브랜드의 정체성이자 캐시 카우 역할을 담당하고 있죠. 음향 장비 사업은 향후 8% 성장으로 매출 증대를 견인하며 ‘악기 제조’ 분야를 보조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야마하는 2014년 미국의 앰프, 리코딩 기기 제작업체인 라인 식스(Line 6)社를 인수하는 등 적극적인 해외 M&A를 추진했습니다.
마지막 ‘음향 관련 산업 장비 및 부품’ 사업은 미래 성장 동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차량장비, 헬스케어 등 차세대 산업에 디지털 음향 기술의 적용이죠. 야마하는 이미 악기의 목재 및 금속 가공 기술을 자동차 내장재에 응용하여 제공해 왔으며, 향후 디지털 음향 기술을 활용하여 스위치 조작음, 과속을 방지하는 유사 가속 소음 등 다양한 ‘소리’ 관련 제품으로 확대할 예정입니다.
이와 함께 수면의 질을 높이는 쾌면 소리, 혈액 순환과 호흡 소리 측정을 통한 건강 진단 등 다양한 헬스케어 관련 서비스를 개발 중이죠. 야마하 재도약에는 성장을 가로막았던 기존의 관습과 조직 문화 타파를 위한 나카타 타구야 사장의 끊임없는 노력이 숨어 있었습니다.
01234567이처럼 위기일수록 조직에 새로운 변화를 일으켜야 하기에 리더의 역할은 그 어느 때 보다 중요한데요. 여러분들도 포화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우리 조직에 어떤 전략과 변화가 필요로 한지 고민해 보면 어떨까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