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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패닉(Hispanic)이란, 미국에 거주하는 라틴 아메리카 출신 인구를 총칭합니다. 그 수와 비중이 지속 증가해 약 5천9백만 명, 전체 중 18%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미국 내 히스패닉 인구는 2050년에는 전체 중 30%를 차지할 전망입니다. 최근 소비시장 내 히스패닉 잠재력이 주목받게 된 데는 히스패닉층 내에서도 젊은 층의 활약이 컸음을 추정할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미국 히스패닉 인구 평균 연령이 27세로, 백인 평균인 42세와 비교해봐도 대단히 젊은 편이어서 시장에 활력을 주리라는 기대감을 주기 때문이죠. 뉴욕주 14 선거구에서 당선된 1989년생 민주당 오카시오 코르테즈는 도전과 열정으로 소비시장에서 급부상하는 히스패닉층의 대표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적극적인 소비 행태를 보이며, 미국 내 소비 패턴 변화를 리드하는 히스패닉 소비자, 오늘은 이들 소비층이 미국 소비시장에서 일으키고 있는 변화 3가지를 살펴보겠습니다.
첫 번째는 “쇼핑의 엔터테인먼트화”를 꼽을 수 있습니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대다수 히스패닉 소비자가 일상용품 구매를 ‘해야 할 일’이 아닌 ‘최애 하는 즐길거리’로 인식한다는 것입니다. 현금을 쥐고 있기보다 여러 상품을 통해 다채로운 재미를 추구하는 것이 현명한 삶의 태도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그래서 수입이 생기면 즉각 지출하는 편이고 일회 지출에 대량으로 구매하는 특성을 보입니다. 합리적으로 생각할 때 크고 작은 유통점이 거주지 근거리에 여러 개 깔려있으니 필요할 때마다 조금씩 구매해도 문제없을 텐데요, 마치 입맛 당기는 음식을 대하듯 열정적으로 폭식형 쇼핑을 즐깁니다. 이렇게 쇼핑에 열정적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저축은 기피하는 편입니다. 월말 즈음 급여를 받으면 대체로 2주 만에 써버린다고 하네요. 실제로 美 서부 지역 히스패닉 전문 식품유통기업의 분석에 따르면 히스패닉 소비자의 ‘수입 발생 즉시 지출’ 경향으로 인해 유통점의 매월 첫 2주 매출이 집중적으로 높다고 합니다.
두 번째는 “가족을 위한 최고급 소비”라고 할 수 있습니다. 히스패닉은 다른 인종에 비해 가족애가 높은 편이고, 특히 자녀에 대한 애정이 남달라서 비단 고소득층 가정이 아니어도 자녀가 성년식을 맞을 때는 고가 맞춤복을 선물하거나 고급 호텔 연회장을 빌려 파티를 열기도 한답니다. 히스패닉층은 과거부터 개인의 성취 못지않게 타인과의 관계를 대단히 중시하고 교류와 소통을 즐기는 문화에서 성장해 왔는데요. ‘가족’은 그 중요한 관계를 익히고 실천하는 토대가 되고 있는 것이죠. 출산율이 높은 이유도 가족이 커지는 것을 행복이 커지는 것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렇다 보니 제한된 예산 내에서도 가족을 위한 상품은 최고의 것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어서, 대형 TV, 오디오 스테레오, 디지털카메라 등 하이엔드 가전제품이 스킨 용품, 헤어용품 등 뷰티케어 제품과 더불어 히스패닉의 주요 지출 항목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MSLGROUP 조사에 따르면 약 80%의 히스패닉 소비자가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쇼핑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들 중 무려 91%가 상품 구매 전에 가족과 미리 상의하는 것으로 나타나 특별 이벤트용 선물이 아닌 일상 소비 과정에서도 가족 취향을 존중하는 풍토를 엿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관계를 중시하는 히스패닉 소비자는 가족과 친구들을 만나면 주로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낼까요? 빠질 수 없는 것이 먹을 것, 한국 소비자와 다르지 않게 먹고 마시는 것을 특히 중시하는데요. 그중에서도 “자극적인 맛에 홀릭”하는 경향이 뚜렷합니다. 대체로 미각을 자극하는 강한 단맛, 매운맛, 짠맛, 기름진 맛 등을 매우 좋아합니다. 라틴 푸드하면 다진 소고기에 칠리소스를 넣은 단짠·매운맛의 타코, 거의 국물 수준으로 풍부한 올리브유에 새우와 마늘을 자작하게 튀겨 먹는 감바스 등이 떠오르실 텐데요. 달고 짜고 맵고 기름지기까지 한 음식을 먹는 중간중간 청량한 탄산음료나 맥주까지 벌컥 들이켜는 것, 아마도 많은 히스패닉 소비자가 즐기는 대표적인 식사 광경일 것입니다.
전통적으로 히스패닉층은 브랜드 충성도가 높아서, 만족할 만한 상품을 찾게 되면 특별한 결함이 없는 한 그 상품을 계속 이용하는 경우가 많고, 부모가 사용하던 브랜드를 자녀 세대에서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도 흔한데요. 반면 식품 분야에서는 이색 푸드에 관심이 높고 젊은 층일수록 새로운 다양한 맛을 시도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아시안 푸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히스패닉 전문 식품 유통점에는 한국 고추장, 라면 등이 일반 유통점보다 매대 점유율이 훨씬 높다고 합니다.
또한 헬시(healthy)푸드 중요성에 관한 공감대가 확산되면서 음료를 중심으로 천연재료 브랜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과일만으로 단맛을 낸 생과일 음료가 대표적이며 그 외에도 저칼로리, 저지방 등을 강조한 상품이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미각을 자극하면서도 건강한 맛’은 히스패닉뿐 아니라 전체 글로벌 소비자가 희구하는 바이기도 하기 때문에 앞으로 식품업계를 중심으로 열정적인 고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쇼핑의 엔터테인먼트화”, “가족을 위한 최고급 소비”, “자극적인 맛에 홀릭” 등 3대 키워드로 요약되는 히스패닉 소비층의 모습에서 소비 자체를 삶의 핵심적 Enjoyment로 인식하는 경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주어진 상품에 타협하는 것이 아닌, 소비자 자신의 취향에 상품이 맞춰줄 것을 요구하는 적극성이 내재되어 있습니다.
히스패닉 소비자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급증하는 양적 비중에 더하여 바로 이 같은 적극성에 있다고 하겠습니다. 적극적 소비 성향이 더 빠르게 주변에 파급되어 메가트렌드를 만들어가기 때문에 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현재 비중은 크지 않으나 적극성 면에서 남 못지않은 숨은 소비층은 또 어떤 집단이 있을까요? 미래 대비는 이들 소비자에 주목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함으로써 비로소 실행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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