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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자 가출 이유
    카테고리 없음 2022. 3. 13. 17:41

    4대가 모여 사는 대가족의 며느리이자, 아내, 어머니인 62세 김한자는 "지난 세월을 보상해 달라"며 ‘공식적인 가출’을 요구합니다. 경제적으로도 넉넉하고, 자식들도 반듯하게 잘 성장했고, 남편도 속 안 썩이고 어느 면으로 보나 부족한 것이 전혀 없는데 가출을 꿈꾸는 아내,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분명 ‘배가 불렀구나~ 호강에 겨웠구나, 드라마니까...’하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요, 이런 상황이 드라마 속 가상현실만은 아니라는 겁니다. 실제로 문제의 소지가 전혀 없는 아내들이 반란을 꿈꾸고 가출을 꿈꾼다는데요. 물론 남편이 뿔난 경우도 마찬가지죠. 어느 날 갑자기 ‘나 돌아갈래~’하며 ‘인생 환불’와 ‘인생무상’을 부르짖는 아내와 남편, 대체 그 이유가 뭘까요?

     

     

    칼 융은 이것을 무의식의 반란이라고 표현하였는데요, 인생의 오후 시간에 특히 자신의 무의식을 돌아보지 않고 살아온 사람들에게 이런 일이 생긴다고 하였습니다. 그저 열심히 살기 바빠 이런 물음을 한 번도 묻지 못하고 살다가 ‘이제 숨 돌리고 살자’라고 눈을 떠 보면 인생의 오후를 맞이한 자신을 보게 되는 거죠. 더구나 성장한 자녀들이 집을 떠나게 되면 공허감과 무력감을 동반한 강력한 폭풍 이른바 빈 둥지 증후군이 찾아오는데요, 그때야 비로소 지난 인생에 대하여 깊은 물음을 던지기 시작합니다.

     

     

    그동안 나는 무엇을 하며 살았나 하는 후회감, 무디어진 감각, 어느새 늙어가는 몸, 얼굴에 생겨난 주름살 등 잃어버리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과 외로움 속에 빠져들게 됩니다. 그런데, 일반적인 한국 가정에서 남편과 아내가 이 ‘무의식의 반란’을 느끼게 되는 상황과 원인은 조금 다릅니다. 남편이‘앞으로 뭘 위해 살아야 하나’라고 한다면, 아내는‘그동안 뭐하고 살아왔나’라고 할까요? 눈앞에 보이는 성공과 꿈을 향해 앞만 보고 달려온 남편은 어느 날, 더 이상 이뤄야 할 꿈이 없어지게 되고, 또 꿈을 향해 달려야 할 의미를 상실하게 됩니다.

     

     

    그럴 때 남자들은 가야 할 방향을 잃고 의기소침해지는데요. 혹은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돌아가 어린아이가 되는 퇴행 현상을 겪기도 합니다. 아내가 자신을 위로하고 안아주는 엄마가 되기를 희망하죠. 이때 지혜로운 아내는 엄마 모드로 변신해 기다려주거나 적절한 타이밍에 용기를 줍니다. 절대 탁월한 합리성을 내세워 남편의 모자람에 대해 지적을 해대는 ‘너무 지적인 아내’는 되지 않죠.

     

     

    종교개혁을 하던 루터가 우울증에 빠져 하릴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을 때였습니다. 어느 날 루터의 아내가 상복을 입고 울고 있더랍니다. 그래서 루터가 “누가 죽었소?”라고?” 물었더니, 아내는 “남편이 죽었어요. 지금 남편은 제 남편이 아니에요. 제 남편은 종교개혁을 이뤄낼 멋진 사람이었거든요.”라고 답했다고 하죠. 그러자 루터는 그 말에 정신을 차리고 자기 자리로 돌아가 종교개혁을 완수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오랜 세월을 탈없이 잘 달려온 자동차 같았던 남편의 시동이 꺼졌다면, 무작정 차를 발로 차고 계속 시동을 걸어볼게 아니라, 기름을 넣어주고 다시 달릴 수 있을 때까지 잠깐 시간을 줘보는 건 어떨까요?

     

     

    한편, 몇십 년을 가족과 가정을 위해 ‘꿈‘ 이란 것조차 잊고 살아온 아내는 첫사랑을 우연히 만난 것처럼, 문득 잊었던 꿈의 존재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합니다. 잘 자란 자식들과 돈 잘 벌어다 주는 남편, 부족함 없는 가정이 있지만 ‘나’란 존재는 없어진 것이죠. 그래서 갑자기 ‘나’를 찾겠다, ‘꿈’을 찾겠다며 가출과 같은 돌출 행동을 보이는데요. 그렇다면 남편분들은 이렇게 의의를 제기하실지도 모릅니다. ‘돈, 집과 같은 부가 아내의 행복 자체가 아닌가?’ 한마디로 ‘돈만 잘 벌어다 주면 되는 거 아닌가?’라고요. 소냐 류보머스키는 그의 책에서 부자 79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결과를 보고하였는데요. 응답자의 절반 이상은 부가 자신에게 더 큰 행복을 가져다주지 못한다고 하였습니다. 돈과 집, 소유물은 물론이고, 미와 건강 같은 외적 조건들은 나이가 들수록 평준화되어 의미를 상실하게 되는 것이죠. 오히려 커다란 집보다도 작은 꿈 하나가 아내의 인생을 살리는 불씨가 될 수 있는데요.

     

     

    아내의 꿈 찾기, 자아 찾기에 공감하고 기회를 열어주는 제스처만 보여도 아내는 자신이라 ‘존재의 의미, 존재의 가치’를 찾을 수도 있습니다. ‘엄마는 뿔났다’의 한자의 반란은 살기 싫다는 투정이 아닌 잃어버린 꿈과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한 몸부림이었습니다. 결국 드라마에서는 한자에게 1년이라는 ‘꿈’을 찾기 위한 시간을 주고, 공식적인 가출, 아니 출가를 허락하죠.

     

     

    그리고 한자는 인생의 잠깐인 그 1년 동안, 평생 잊고 살았던 소녀시절, 처녀시절의 소소한 일상들을 이뤄가며 인생의 의미를 되찾는데요. 우리 아내, 우리 남편은 언제나 한결같이 무난해왔다고 자부하시는 분들, 어느 날 갑자기 내 배우자에게 무의식의 반란이 찾아올지도 모를 일입니다. 매일매일 바쁘게 내 인생의 목표만 좇아 살아오셨다면, 오늘은 내 아내, 내 남편의 인생의 목표는 무엇일까? 그들이 사는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해보시는 시간을 가져보시는 건 어떨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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