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플랫폼의 변화

오늘은 영상은 언어이다 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여러 혹시 싸이월드를 기억하시나요? 30대이신분들까지는 기억을 하실텐데, 싸이질, 일촌, 도토리, 방명록 등으 로 대표되는 당시 고유한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사람들에게 기억되던 우리나라 최초의 소셜미디어였다고 할만합니 다.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을 인수하고, 심지어 왓츠앱까지 손에 넣으면서 전세계를 기반으로 한 글로벌 소셜미디 어네트워크를 만들고 있죠. 2002년, 2003년 당시의 싸이월드는 지금의 페이스북처럼 우리나라에서 막 타오르기 시작한 소셜네트워크 시장에 두각을 나타냈고, 네이트온과의 연동을 통해 우리나라 온라인 시장의 패권을 쥐게 되 었죠. 갑자기 왜 싸이월드 얘기냐고요?

 

사진출처 줌

 

싸이월드가 한창이던 2002년과 지금을 비교하면서 이야기하다보면 오늘 우리가 이야기하려고 하는 영상은 언어이다라는 주제가 조금 더 선명해질 것 같기 때문입니다. 인류 최초의 예술가는 네안데르탈인이라고 합니다. 프랑스에서 스페인에 이르는 피레네산지에는 기원전 6만년전의 동굴벽화가 발견되곤 하는데요. 왜 네안데르탈인부터 호모사피엔스에 이르기까지 그들은 동굴에 벽화를 그려 야만했을까요. 물론 수많은 가설들이 있겠지만 저는 인류가 바로 콘텐츠를 창작하고 그것을 공유하고 싶어하는 본 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콘텐츠를 만들려는 창작의 욕구에 그치지 않고, 그것을 더 많은 사람에게 나누고 공유하려는 것까지가 바로 우리 인간들이 가진 아주 자연스러운 본능이라는거죠.

 

사진출처 줌

 

그리고 역사적으로 그 콘텐츠의 제작과 공유는 항상 그 시대에 주어진 가장 편하고 빠른 방법으로 만들어지고 공유되어 왔습니다. 네안데르탈인에게 창작과 공유의 당시 최신의 미디어는 동굴의 벽에 그림을 남기는 것이었기 때문에 그들은 그 방 식으로 콘텐츠를 공유해왔을 것입니다. 글이 만들어지게 된 것, 인쇄기가 만들어진 것은 이렇게 콘텐츠를 더 많이 공유하려는 인간의 끝없는 갈망을 동력삼아 만들어진 진보들입니다. 이런 후예들 답게 인류는 당대 최신의 미디어들을 다루고 누리는 방법을 빠르게 습득해왔고, 그것은 오늘날 이 시 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동일합니다.

 

사진출처 sns인사이드

 

2002년, 그리고 2021년.
정확히 20년의 시간 사이에 대체 어떤 미디어의 변화들이 우리를 변화시켜왔을까요? 미디어의 판이 변하는 변혁에는 세가지 요인들이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세가지 조건들이 결합되었을 때 소위 말하는 미디어 플랫폼의 혁명이 일어나는 것이죠. 첫번째는 툴의 탄생입니다. 두번째는 툴을 움직이는 플레이그라 운드의 탄생입니다. 세번째는 툴을 들고 플레이그라운드에 뛰어드는 변화된 인식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사진출처 한경

창작의 관점에서 2002년의 툴은 다름아닌 카메라였습니다. 그냥 카메라가 아니라 바로 ‘디지털카메라’였습니다. 디지털카메라 이전의 카메라는 필름롤을 카메라에 집어넣는 방식의 카메라로 이건 보통의 노력과 수고 없이는 운 용할 수 없는 창작툴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미지를 디지털화하여 메모리에 저장하는 이 디지털 카메라는 수십개의 필름롤을 가방에 갖고다닐 이유를 없앴고, 현상과 인화라는 번거로운 솔루션들을 건너띄게했습니다. 한번에 스물 네장밖에 찍을 수 없는 필름롤때문에 예전에는 섣불리 카메라 셔터를 누를수도 없었습니다.

 

사진출처 브런치

 

그런데 디지털카메라는 장난삼아 수백번의 셔터를 그자리에서 눌러도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메모리 포맷과 복사라는 신기능 탓에 무 한에 가까운 콘텐츠 생산능력을 갖추게 했습니다. 그래서 이는 세번째, 플레이그라운드에 사람들이 뛰어들게 하는 인식의 변화를 이끌어냈습니다. 막찍어도 돈이 들지 않고, 시간을 내어 필름 사러갈 필요도 없으며 사진관에 죽치 고 앉아있을필요도 없는, 더군다나 그 자리에서 찍고 확인할 수 있는 놀라움까지. 이런 편리함들은 인류가 기술적으로 진보하게 하는 가장 강력한 동기입니다. 이 편리함은 사람들이 ‘나도 카메라를 쓸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심어 줬습니다.

 

사진출처 브런치

그런데 툴만 존재한다고 미디어 혁명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바로 플레이그라운드. 툴을 들고 사람들이 뛰어놀 수 있게 할 운동장이 필요했습니다. 그게 바로 ADSL로 대변되는 초고속 인터넷과 싸이월드였습니다. 텍스 트 기반의 피시통신을 퇴출시킨 일등공신은 24시간 수십장의 이미지를 끊임없이 컴퓨터에 펼쳐낼 수 있는 빠른 인 터넷 통신이었고 또 싸이월드라는 소셜미디어였습니다. 쉽고 저렴해진 디지털 카메라, 놀라운 속도의 초고속인터넷과 싸이월드. 저는 이게 서로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합니 다. 디지털 이미지를 통해 더 쉽게 콘텐츠를 만들고 싸이월드라는 곳을 통해 더 많이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 지자 사람들은 이 창작의 무대위로 뛰어듭니다. 이 시대 온라인에서 이들이 사용한 언어는 전적으로 이미지, 사진이었습니다. 싸이월드에는 하루에 수십장씩 자신들의 일상을 디지털카메라로 업로드하기 시작했고, 그것에 영향받은 더 많은 사람들이 이들과 소통하기 위해 싸이월드에 가입하고 디지털카메라를 구입하기 위해 매장 앞에서 줄을 섰습니다. 맛집을 가고, 여행을 가고, 특별한 이야기를 할때도 사진과 이미지는 아주 효과적인 언어였습니다. 음식, 가전제품, 컴퓨터를 리뷰하는 사람들도 모두 사진으로 콘텐츠를 제작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말입니다. 그때 당시 저는 영상을 막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사진이 언어인 시대에 영상제작자로 살아간다는 건 정말이지 엄청난 수고를 감당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를테면 이렇습니다. 당시에는 싸이월드나 블로그에서 이미지를 올리기는 쉬웠지만, 영상을 올리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또한 용량이 큰 영상들은 얼마지나지 않아 다른 영상을 올리기 위해 삭제를 해야했습니다. 꾸준하게 영상으로 콘텐츠를 제작해 데이터를 쌓아두게할 환경마저 전무했던 것이죠.

 

사진출처 브런치

 

그런데 그렇게 20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우리는 지금 또다른 미디어 변혁의 현장에 서 있습니다. 우리는 미디어 변혁의 세가지 조건을 새것으로 갈아치웠습니다. 디지털카메라는 4k 영상디지털카메라가 대체했습니다. 일반인 이 구입하기 쉽지 않았던 영화를 만들 때나 썼을 법한 카메라를 단 몇 십만 원에 손에 넣을 수 있으니 일반인들의 4K 카메라에 대한 인식의 재고가 이루어졌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플레이그라운드, 이제 우리는 20년전보다 비교할 수 없이 빠른 기가인터넷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 이 변화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유튜브가 우리 앞에 있습니다. 제가 20년 전에 영상을 올리기 위해 노력했던 그 험난한 수고를, 클릭몇번으로 대체할 수 있습니다. 유튜브가 존재하는 한 지금부터 내가 업로드하는 영상은 평생, 무제한의 갯수와 용량으로 아카이브될 수 있습니다. 이 역시 툴과 사람과 운동장이 서로 극적인 시너지를 만들어, 이 세가지의 요소들은 각자 괴물처럼 그 몸집을 불려 나가고 있습니다.

 

사진출처 브런치

 

지금 이시대는 그래서 모두 영상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시대입니다. 사진으로 맛집을 탐방하고, 사진으로 여행을 다녀오고, 사진으로 리뷰하던 그 사람들이 이제는 이 모든 콘텐츠를 영상으로, 영상으로 만들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영상을 언어라고 규정하고 싶습니다. 미디어의 변혁을 겪은 인류패턴의 1규칙. 사람들은 다시 롤백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뒤돌아서지 않는다. 영상이 언어인 이 시대는 더 강력하고 더 깊이있게 강화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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