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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문화 개선과 혁신카테고리 없음 2022. 3. 8. 21:23
최근 과도한 야근이나 주말특근 등장시간 근로 문제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게 논의되고 있습니다. 2017년 초 한 게임업체에서는 장시간 근로로 인한 심근경색으로 한 직원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기도 했는데요. 그래서 최근에는 주당 초과 근로시간을 12시간으로 제한하는 근로기준법 개정도 추진되고 있습니다. 2017년 OECD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일인당 근로시간은 연간 2,069시간으로 OECD 평균보다 약 3백 시간 더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문제는 업무 비효율이 크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우리 기업의 조직문화 중에서 직원들은 어떤 부분을 가장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을까요?
사진출처 헬스토마토 바로 회의문화입니다. 맥킨지와 대한상공회의소가 우리나라 100개 기업, 직원 약 4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회의문화가 39점으로 매우 낮게 나타났는데요, 우리 회의문화, 그동안 참 노력도 많이 했는데, 이렇게 바꾸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요? 여러분 혹시 스타트업 투자기업인 와이 컴비네이터라고 들어보셨나요? 창업자 폴 그레이엄은 드롭박스, 에어비앤비 등 800여 개의 스타트업에 투자해서 기업들을 키워낸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는 회의문화가 바뀌지 않는 이유에 대해 아주 재미있으면서도 통찰력 있는 의견을 제시했는데요. 그 이유는 바로 회의 참석자인 매니저와 메이커, 이 둘의 스케줄이 각기 다른 모양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여기서 매니저는 조직의 관리자, 메이커는 실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을 말합니다.
사진출처 동아일보 먼저 관리자, 즉 매니저의 스케줄을 보겠습니다. 매니저에게 회의란 그 자체가 자신의 중요한 업무입니다. 매니저는 회의를 소집하고 주관하는 사람이면서 그 안에서 논의도 하고 의사결정도 합니다. 하루에 몇 개씩 회의가 잡혀있더라도 그 자체가 자신의 중요한 업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좀처럼 비효율적이거나 불필요하다고 느껴지지 않습니다. 결론을 내지 못하고 늘어지거나 때로는 매니저 혼자 말하는 마라톤 회의가 되더라도 말이죠. 심지어 주관하는 회의가 많고 발언을 많이 할수록 많은 일을 처리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항상 무엇인가를 만들어내야 하는 메이커, 즉 실무직원들의 스케줄은 다릅니다. 상사가 소집한 회의는 기존 업무의 흐름을 끊어버리는 또 다른 일입니다. 관리자는 회의가 끝나면서 많은 일이 해결되지만 메이커는 회의가 끝나면 그때부터 또 다른 일이 시작됩니다. 지시 받은 일을 처리하고, 보고서를 써야 하고 관리자의 의견을 담아 그 보고서를 다시 수정해야 되죠. 그래서 메이커에게는 무엇보다 시간 확보가 필수적입니다. 비효율적인 회의시간이 그렇게 아까운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사진출처 흅비스 물론 꼭 필요한 회의는 메이커의 업무 진행에 도움을 줍니다. 하지만 시간은 유한한 자원이기 때문에 모든 회의시간은 기회비용의 관점에서 봐야 합니다. 즉, 관리자는 지금 하고 있는 회의가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뿐 아니라 지금 직원들이 회의에 참석하고 있기 때문에 미뤄지는 일까지 계산하셔야 합니다. 회의시간이 길어지면서 업무시간에 다 끝내지 못한 일들은 야근으로 이어지고 이러한 것들이 모두 합쳐져서 한 조직의 종합적인 생산성을 결정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비효율적인 회의가 야기하는 기회비용은 사실 이것보다 더 복잡합니다. 두가지 측면에서 숨겨진 비용을 더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요.
사진출처 휴비스 그 첫 번째 이유는 하나의 회의가 또 다른 회의를 낳기 때문입니다. CEO가 임원회의를 소집하면 그 회의에 참석해야 하는 임원들은 부서장 회의를 소집하고, 부서장은 실무자들을 불러서 회의를 하죠. 그런데 이런 회의가 한 부서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고 CEO 회의에 참석해야 하는 모든 임원의 산하조직에서 똑같이 일어납니다. 이런 맥락에서 마이크로 소프트의 CEO 사티야 나델라는 직원들의 시간을 가장 낭비시키는 요소는 바로 CEO가 주관하는 회의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관리자는 자신이 회의를 소집할 때, 이 때문에 몇 개의 사전회의가 열리는지 알아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자신이 회의를 소집하면 MS에서는 약 15개의 사전회의가 열린다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CEO를 비롯한 관리자는 ‘회의 한번 하자’라고 말할 때 그 한번의 회의가 조직에 미치는 영향력을 비용과 생산성 측면에서 정확히 인지하셔야 합니다.
사진출처 휴비스 두 번째로, 회의가 직원들의 업무 집중도를 방해한다는 측면도 생각해 보셔야 합니다. 관리자의 스케줄에 따라 직원들의 업무시간에 점점이 박힌 회의는 직원들의 업무 흐름을 끊어 놓습니다. 여러분이 자주 경험하시는 것처럼 몇 조각으로 분절된 4시간과 하나로 이어진 4시간은 똑같은 양이라고 할지라도 업무 집중도 측면에서 큰 차이가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폴 그레이엄도 메이커인 직원들이 무엇인가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최소한 ‘반나절 정도의 이어진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는데요
사진출처 휴비스 지나치게 잦은 회의는 직원들의 시간을 분절시킴으로써 업무 집중도를 방해하고 결과적으로 직원들의 생산성을 떨어뜨립니다. 피터 드러커는 “리더가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하면서 직원들의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참 오래된 조언이지만 조직의 효율성을 다시 한번 되새겨봐야 할 것 같은데요, 리더가 무엇을 해서 효율성을 높일지 고민하기보다 무엇을 하지 않음으로써 직원들에게 그들의 시간을 돌려줄 수 있을지 생각해 보셨으면 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