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K콘텐츠 전망카테고리 없음 2022. 3. 6. 13:52
지난 2021년은 K드라마 ‘오징어게임’, ‘지옥’이 넷플릭스에서 세계 1위를 한 것 뿐 아니라 하이브, CJ ENM같은 한국의 콘텐츠 기업들이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시장을 쥐었다 폈다 하는 미국의 공룡들을 하나씩 사들이기 시작한 감개무량한 한 해였습니다. 한치의 가감없이 지금은 팬데믹의 시대임과 동시에 K-무비, K-드라마, K-팝 그리고 K-웹툰 그리고 K-크리에이터의 시대인데요?
사진출처 서울경제
그렇다면, K콘텐츠의 영광을 2022년, 2023년에도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 트랜드북 ‘2022 콘텐츠가 전부다’의 작가들이 콘텐츠 산업 구석구석을 흥미롭고 풍성하게 이야기합니다. 그 첫번째 순서인 ‘오징어게임, 그 후에 오는 것’에서는 극장이 부활할 것이냐는 질문을 시작으로 다양한 언택트 서비스들을 산업화시킨 팬데믹 20개월을 정리합니다. 그리고 글로벌 현상이 된 오징어게임 담론과 콘텐츠 직거래 세상이라는 화두를 던지면서 마무리하는데요?사진출처 아시아투데이
먼저, 지상 최대의 오프라인 콘텐츠 플랫폼이죠. 극장이야기로 시작할까 하는데요. 전 세계의 백신 접종율이 절반을 넘어서고 국내 역시 80%에 도달하면서 지금 미디어 판에서 떠오르는 흥미로운 담론은 ‘우리는 다시 극장에 가게 될까’입니다. 팬데믹 첫해년도에 극장 재개관을 시작한 중국이 코로나 이전 관객수의 90%를 회복하기까지 단 5개월 밖에 소요되지 않았죠. 그러나 중국이 넷플릭스가 진입하지 않은 몇 안 되는 국가이고 IPTV같은 유료방송이 대중적으로 보급되지 않았다는 측면을 감안하면 동일한 회복 수치를 한국시장에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사진출처 제주복지교통신문
사실, 팬데믹 기간 극장산업이 무너진 실질적인 이유는 사회적 거리두기보다는 ‘볼 콘텐츠가 없어서’ 라고 말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전설의 스필버그나 워쇼스키 감독을 비롯하여 한국의 스타 감독들까지 줄줄이 개봉을 연기한 탓에 말그대로 극장엔 ‘영화가 없었습니다’. 밀폐의 대표적 공간이라는 심리적 위축 외에도 신작 영화들의 개봉 자체가 급감했으므로 코로나 탓으로 일반화하는 건 오류가 있다는 거죠. 2021년 7월이었죠? 한국영화 ‘모가디슈’의 경우, 거리두기 4단계라는 최악의 상황에서 4백만명에 가까운 관객을 동원했는데 스타감독이라는 콘텐츠 힘도 있었겠지만 코로나의 만연화에 지친 국민들이 서서히 극장 발걸음을 하고 있다는 예측이 있었습니다. 또 CGV에서는 ‘보고 싶은 콘텐츠가 개봉하면 관객은 극장을 찾는다는 것을 확인되었다’며 콘텐츠를 강조하기도 했죠. 또 저는 한국시장의 특수성을 보자면, IPTV기본료가 1만원대쟎아요? 굉장히 싸다보니 TV앞에서 뒹굴며 TV값을 ‘뽕’ 빼려 하지도 않고 과거 DVD가 사양되어갈 시절에는 케이블TV나 IPTV 라는 대체제가 있었지만 극장은 여전히 명확한 대체재가 없다는 점도 회복 요인 중 하나로 보고 있습니다.사진출처 이코노미조선
그렇다면 핵심은 일상을 찾기까지의 소요기간인데요, 혹자는 가장 보수적으로는 팬데믹 유지 기간만큼 필요하다는 예측도 있습니다. 관객수는 조금씩 올라오고 있고, 위드코로나 첫주엔 주말 관객 1백만명을 훌쩍 넘기기도 했죠. 마블 ‘이터널스’가 최종 3백만명, ‘스파이더맨’이 7백만명, 또 ‘매트릭스’ 까지 헐리우드 대작들이 연이어 개봉을 앞둠에 따라 단계적인 회복은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쯤하면, 시장의 변화를 고객의 소비행태와 자본의 쏠림이라는 2개 축으로 본다면, ‘극장’이 판을 흔들던 시대는 끝났으나 극장 관람이 없어지고 OTT만 시청하는 하나의 태양이 뜨고 지는 식의 세대교체는 아닐 거라는 추정이 가능합니다.사진출처 한국일보
크리스마스 연휴, 전 세계의 극장에 숨을 불어넣을 수 있을까에 집중되었던 ‘매트릭스4’는 극장과 워너 브라더스 계열의 OTT인 ‘HBO맥스’에서 동시에 공개됐죠. HBO맥스가 한국에 출시가 안되어서 체감은 안돼지만요. ‘극장과 OTT 동시 개봉’이라는 캠페인이 어색하지 않은 시대가 왔죠. 얼마전 ‘해피 뉴이어’라는 한국영화도 CGV와 티빙에서 동시 개봉을 했었구요. 소결을 내려보자면 극장은 이제 영화산업 매출의 80% 가량 책임져오던 큰 형님 자리를 내려놓고 다양한 콘텐츠 유통 채널들 중에서 사람과의 관계성 그리고 외출이라는 묘미가 섞인 특수한 공간형 채널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것이 현실적인 답으로 보입니다.사진출처 아이스머그
이번엔 팬데믹 20개월을 돌아보며 가장 큰 변화가 무엇인지 볼까 합니다.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나’를 한가지만 말하자면 전 ‘안쓰던 곳에 돈을 쓰기 시작했다’고 설명합니다. 몇 년 전만해도 동네 중국집에 짜장면을 배달시키면서 배달비를 내는 게 꽤 어색한 일이었쟎아요? 근데 이젠 우리 모두가 배달앱에서 최소주문 금액을 채우거나 이삼천원의 배달비를 내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죠. 온라인 공연도 마찬가지입니다. 팬데믹 초기 디지털 상에서 공짜로 제공되던 콘텐츠들은 이제 오프라인 콘서트를 재현하는 수준을 넘어 오히려 온라인에서만 가능한 기술적 재미들을 더했고 ‘돈을 내는 것이 당연한’ 콘텐츠로 정착했습니다. K팝 커뮤니티에서 읽은 콘서트 후기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댓글이 ‘온콘 시청 끝내니 너무 피곤하다. 과거, 올림픽 공원에서 2시간 스탠딩 뛰고 택시타고 귀가하던 그 체력 저하 느낌 그대로다. 다음날 온몸이 욱신거렸다’ 였어요. 온라인 콘서트의 수준을 묘사하는데 이보다 더 훌륭한 후기가 있을까 싶더라구요.사진출처 네이버블로그
산업화의 다른 말은 결국 ‘돈의 회수’죠. 매출은 티켓의 가격과 고객의 숫자, P x Q입니다. 통상, 오프라인 티켓이 10만원이면 온라인은 4~5만원 수준이죠. 2만명을 수용하는 올림픽 체조경기장을 예로 든다면 A급 아이돌의 경우 팬덤 10만명은 온라인 콘서트를 결제하는 편이니 어? 얼핏 언택트가 남는 장사가 아닌가?라는 계산을 할수도 있죠. 그러나 실제로는 기존 콘서트의 경험을 온전히 팬덤에게 전달하려는 AR, X같은 기술적 구현에 끊임없는 마중물 투자가 필요하고 관객이 기대하는 실감 수위도 계속 높아진다는 것이 현실적인 난제입니다. 제 아무리 팬덤이어도 돈내는 시청자들은 ‘택트 같은 언택트’를 원한다는 거죠. 2020년 10월에 진행된 BTS의 맵 오브 더 솔 원 콘서트에서는 대형LED 스크린에 팬들의 목소리가 들리며 생생한 ‘떼창’이 구현되었는데 이런거죠…아미와 BTS 모두에게 울컥했던 이런 역사적인 순간을 원한다는 겁니다.사진출처 인터뷰365
오프라인 콘서트가 재개되고 있는 현 시점에 이를 정착시킬 방법론 중 핵심이 온오프라인 연계입니다. 특히 K팝은 글로벌 시장에서 이미 온오프라인 연계가 시작되면서 물리적으로 불가했던 다양한 시도들이 물꼬를 트고 있죠. 2021년 연말에 진행된 BTS의 LA공연의 경우, 마지막 회차가 라이브 스트리밍으로도 동시에 진행되었는데 산업적으로 의미가 큰 택트언택트 트렌드입니다. 팬데믹의 장기화는 오프라인 공연의 전면 취소와 함께 30~40%의 매출 급감을 가져왔습니다. 그러나 다양한 포맷의 시도를 통해 라이브 스트리밍의 고도화와 한차원 높은 서비스 기획력을 증명해냈죠. 이제 공급자는 무엇이 팔리는지 소비자는 비용을 지급할만한 콘텐츠를 판단하는 안목이 생겼습니다. 여기에 양쪽 모두 언택트 문화를 즐기기 시작했다는 거 그리고 앞서 설명드렸던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밀접한 결합인 택트언택트 트렌드도 가속화될 것입니다.사진출처 BBC
마지막은 ‘오징어 게임’ 입니다. ‘2022 콘텐츠가 전부다’ 책의 서문에서 저희가 제2의 오징어게임은 또 나온다..고 했었는데 정말 출판 3일째 되는 날, 말도 안되게 또 ‘지옥’이 세계 1등을 했었쟎아요. 그럼, 다시 오징어로 넘어갈께요. 이제 우리가 진짜 말해야 하는 것은 ‘오징어 게임 그 이후’ 입니다. ‘BTS’와 ‘오징어게임’은 ‘디지털 확산력’이라는 관점에서 세계적인 IT 유통망을 탔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BTS’는 유튜브를 통해 글로벌 팬덤을 양산한 사례이고, ‘오징어게임’은 넷플릭스를 통해 전세계 190개국에 동시 제공되었죠. 우리는 아카데미상을 휩쓸었던 ‘기생충’ 마저도 미국 박스오피스 1위를 하진 못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극장’이라는 오프라인 유통망은 제한된 스크린 수를 여러 영화가 힘의 논리로 배분받는 시스템이죠. 반면, OTT라는 IT유통망은 디지털 세상에서 업로드만 되면 똑같은 출발선에서 콘텐츠 자체의 힘으로 달려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BTS’에는 있는데 ‘오징어게임’에는 없는 건 무엇일까요? 바로 콘텐츠의 주인 그리고 사업 주권입니다. 예를 들어, BTS성공의 결실은 누가 뭐래도 음악 저작권 전부를 쥐고 있는 ‘하이브’의 것입니다. 그런데 ‘오징어 게임’은 어떨까요. “황동혁 감독이 만든 ‘오징어 게임’이 넷플릭스 미국 전체에서 1등했어. 감독이 누구냐면 ‘도가니’와 ‘수상한 그녀’ 만들었던 사람이래” 이처럼 한국인이 만들었다는 훈훈함과 우쭐함은 주지만 그게 끝이죠. ‘오징어게임’으로 한국이 벌어들인 돈은 10% 가량의 제작 수수료가 전부입니다. 2백억원의 제작비로 알려져 있으니 제작사 수익은 쉽게 예상됩니다. 그런데 넷플릭스는 나스닥 주가지수가 빠지는 상황 속에서도 나홀로 상향가였으며 시가총액 역시 ‘오징어 게임’ 편성 전날에 비해 24조원 가깝게 올랐으니 상상하기 힘든 규모입니다.사진출처 나무위키
또 저작권 IP를 영구적으로 소유하기까지 하죠. 혹자는 디즈니플러스, 아마존프라임비디오 등 해외 OTT들이 순차적으로 상륙 중이니 제작 수수료와 IP협상이 보다 우호적으로 바뀌어 갈 것으로 기대합니다. 다만, 헐리우드 역사가 그들에게 가르친 건 제작 기술이 아니라 IP장사법, IP머니게임이란 말이 있죠. 그만큼 호락호락 하지 않을테니 공룡 OTT들과의 거래 구조를 새로 짤 방법 또는 공생이라고 하죠. 밸런스있는 프로덕션 파트너쉽을 만들어 산업의 변화로 어떻게 연결해야 할지를 고민해야할 시점입니다. 이러나 저러나 K콘텐츠는 계속 터지고 있습니다. K 크리에이터들의 쫀쫀한 기획력과 유니버셜한 스토리텔링은 세계시장에서 확실히 검증받았고 무엇보다 슈퍼 웰메이드죠. 이 르네상스가 멈출 이유는 없어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