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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갈공명은 왜 북면했을까?
    카테고리 없음 2022. 1. 19. 21:33

    이 북면(北面)하다라는 말은 북쪽을 바라본다는 뜻입니다.
    삼국지에서 제갈공명은 오장원이란 지역에서 제단을 만들고 7일간 천지신명께 기도를 드립니다. 이곳에서 수명연장을 위한 도교의 은밀한 수도기도법(修道祈禱法)인 칠성등속명법(七星燈續命法)을 사용합니다. 말 그대로 칠성등 일곱 개의 등잔을 켜두고, 속명 수명을 연속시키기 위한 그런 단식기도를 7일간 드리는 겁니다.
    천하의 대세를 천문을 통해 예측하려다 문득 본인 수명이 다함을 알고 기도를 통해 생명을 연장코자 한 것이죠. 이 칠성등속명법은 조선시대 이순신 장군이나 명대 장군들에게도 전해져 내려오던 전통적인 연명 의식으로 고도로 수련과 수행을 연마해 온 일부 사람들에게 지금까지도 전해져 옵니다.
    선왕인 유비의 유지를 받들기 위해 하늘에서 정해놓은 본인의 수명까지도 바꾸려고 했던 제갈공명, 오늘은 그 생명연장을 위한 기도를 왜 하필이면 북쪽을 바라보며 했는지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겨울철 해가 지고 어둑한 밤이 되면, 인간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짐승 한마리가 땅을 박차고 하늘로 훌쩍 뛰어올라 하늘을 밤새 날아다니다가 동이 틀 무렵 다시 땅으로 내려옵니다.
    이 거대한 짐승은 큰곰입니다. 큰곰자리로 알려진 북두칠성입니다.
    이 북두칠성은 북극성을 중심으로 해서 하루 종일 원운동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겨울철이면 이쪽에서 솟아올라서 밤새 밤하늘을 날다가 동이 틀 무렵이 되게 되면 땅 속으로 꺼지는 모양처럼 움직이게 되는 거죠.
    이 천문학에서 북극성은 영원불멸의 상징으로 여겨졌고 흔히 제왕의 자리로 알려져 있습니다. 나라를 일으켜 세운 왕이 북극성처럼 영원하기를 바랐던 겁니다.

    궁궐에서 왕은 항상 북쪽에 앉습니다. 북쪽에 앉은 왕이 바라보는 방향은 자연스럽게 남쪽이 되겠습니다. 이를 남면(南面)한다고 합니다. 땅의 제왕인 왕은 하늘의 제왕인 북극성처럼 궁궐의 북쪽에 앉아서 이 북쪽을 등지고 남쪽 세상의 인간을 내려다보는 겁니다. 반면 왕을 알현해야 하는 신하들은 남쪽에 주로 서있기 때문에 북쪽을 바라보게 되는 북면(北面)을 하게 되는 겁니다. 북극성이 있는 영원히 변하지 않는 제왕의 자리에 앉은 왕을 남쪽을 등지고 앉아 북쪽으로 바라보는 겁니다.
    그래서 신하가 임금을 알현하는 것을 ‘북면한다’라고 표현을 하고 임금이 신하를 대하는 것을 ‘남면한다’라고 합니다.

    동아시아에서는 사람이 태어날 때 수명이 이미 정해져 있다고 보았습니다. 갓 태어난 아기의 수명을 정하는 것은 북쪽 하늘의 북두칠성과 남쪽 하늘의 남두육성이라고 보았습니다. 이 남두육성은 남쪽 하늘에 떠 있는 여섯 개의 별자리를 뜻하는데요. 북반구에서는 관찰이 잘 되지 않습니다. 북반구에서는 여섯 개의 별이 다 보이지 않고 다섯 개 별만 보이므로 흔히 남십자성이라고도 불립니다.

    남두육성이 삼신할미를 통해 태어날 날을 결정한다면, 북두칠성은 하정우 주지훈 김향기 같은 저승사자를 통해 죽을 날을 결정합니다. 이 남두와 북두가 함께 수명을 결정하는 겁니다. 그래서 전통적으로 아기를 점지해달라고 빌 때는 남쪽의 남두육성을 향해 기도를 하고, 수명을 연장해달라고 빌 때는 북쪽의 북두칠성을 향해 기도하는 겁니다.

    인간은 누구나 제갈공명처럼 북면하고자 합니다. 지금의 북두칠성은 대형병원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제단에서 기도하는 대신 병원에서 수많은 수술과 시술, 다량의 약을 지속적으로 복용합니다. 이를 연명(延命)치료라고 합니다. 어떤 의미에서 지금의 연명치료는 생명연장의 꿈을 꾸어왔던 인간이 만든 대규모 신단(神壇)이라고도 부를 수 있겠습니다.
    제갈공명은 스스로 원대한 꿈을 꾸며 북면했으나, 지금의 연명치료는 그렇지가 못합니다. 연명치료는 본인의 의사나 가족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관성적으로 타성에 젖어 관행적으로 이루어지는 측면이 큽니다.

    죽어야 될 때 죽는 것이 중용의 천명(天命 하늘이 내린 명)이고 천명지위성이요, 하늘이 내린 명이 되는 거죠. 그리고 솔성(率性)지위도연, 성을 따르는 것이 도다. 타고난 성품이라는 뜻이죠. 그 다음에 수도지위교 이 도를 닦는 것이 바로 교육이다. 도리를 다하는 것이다. 이런 뜻인데요. 현실은 본인이나 가족의 죽음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제갈공명은 본인의 연명을 본인이 스스로 결정했습니다. 질병 없이 저절로 찾아올 명(命)의 다함에, 큰 뜻을 세상에 관철시키고자 그 주어진 명을 거역하고 거부하고 연명하고자 하늘에 정성을 다했습니다. 물론 실패했지만 그 시도는 지금도 옳은 일로 회자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당신은 그 마지막 순간 어떻게 하실 건가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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