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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에서의 수저 계급론카테고리 없음 2022. 3. 14. 23:42
언제부터인가 한국사회에서 수저 계급론이 여기저기서 대두가 되었습니다. 혹시 내가 흙수저라면 부모의 팔자를 그대로 물려받는다는 의미여서 좀 씁쓸합니다. 대한민국 사회에 공식적으로 계급이나 신분이란 것이 있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이 심정적으로는 보이지 않는 계층 간의 벽이라는 것을 느낀다는 거죠.
그러나 단순히 흙수저, 동수저, 은수저, 금수저라고 하는 건 단지 경제적인 부분만 얘기하는 건 아닙니다. 혹시 내가 흙수저라서 사는 것이 이 모양이고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시면 이 강의를 잘 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최근에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한 흙수저 학생의 이야기가 올라왔습니다. 내가 애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 부모님에게 얘기를 해도 그냥 참으라고만 한다. 너무 속상하다는 얘기였습니다.
그 아래 댓글이 주르르 달렸는데 읽다보니 가슴 아픈 내용들이 많았습니다. 나도 고1때 비슷한 일이 있었다. 집에서 부모님이 참으라고 해서 고등학교 3년 내내 힘들게 살았다. 다 그리 살아야 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옆 반에 금수저인 애한테 같은 일이 생겼다. 그 집 아빠는 학교에 찾아와서 교장 선생님 이하 담임 선생님에게 난리를 치고 학교폭력 위원회를 열고 애를 멀리 떨어진 곳에 전학을 시켰다. 고3때 우연히 그 전학 간 친구 페이스북을 보니 그 친구는 과거를 청산하고 전학 간 학교에서 인싸로 살더라. 왕따 문제로 자식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부모가 아예 이사를 가서 전학을 갈 수도 있다는 사실에 문화충격을 받았다.
내가 흙수저라서 나는 3년 내내 점심도 혼자 먹고 쉬는 시간 내내 말 한마디 하는 친구도 없이 살았던 거구나.. 싶었다.
그러니까 흙수저일 경우에는 이처럼 경제 자본뿐만 아니고 정서 자본도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정서 자본이 부족하면 인간은 불행합니다. 경제적으로 힘이 들면 서로간에 감정적인 배려도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인생에서 우울감, 좌절감, 무력감 등을 먼저 배우게 됩니다. 행복감, 만족감, 배려라는 단어는 내 인생에서 낯선 단어입니다.
또 흙수저일 경우 문화 자본도 흙수저일 가능성이 많습니다. 문화자본이라는 것은 어찌 만들어지느냐? 많은 경험에 의해서 만들어집니다. 내가 삶에서 접할 수 있는 그 모든 것이 해당됩니다. 먹는 거 여행가는 거 취미 생활 하는 거 놀고 즐기는 그 모든 것을 말합니다.
또 신문이나 뉴스에 나오는 정치면 사회면 기사를 우리가 왜 열심히 챙겨봐야 하는지, 그런 것들이 내 삶과 어떤 연관이 되는지 아는 것도 문화 자본입니다. 월급을 받아서 나의 미래를 위해 규모 있게 저축하는 경제관념도 해당됩니다. 이 문화 자본이 많이 쌓이면 세상을 보는 식견이 쌓입니다.
또한 세상의 시스템을 보는 눈이 생깁니다. 이 문화 자본은 나의 미래를 준비하고 계획할 때 무엇이 나를 위한 결정인가 심사숙고할 수 있는 나만의 컨텐츠가 되는 큰 자산입니다. 예를 들어 직업을 선택할 때 월급 액수만 보지는 않습니다. 회사가 미래에 비전이 있는지 나의 적성에 맞는지 워라벨을 누릴 수 있는지 기타 등등을 봐야 합니다. 그런데 내가 경험한 문화 자본이 없는 경우 여러 직업을 고를 때 고려해야 될 것이 무엇인지 잘 판단이 안 됩니다.
우리가 흙수저라고 하면 경제적인 것만 생각합니다. 아닙니다. 오히려 정서적 흙수저와 문화적 흙수저가 우리의 삶을 더 힘들게 합니다.
현실적으로 남녀 관계에서는 경제적인 부분보다 이 정서나 문화의 문제가 더 영향이 큽니다. 예를 들어 정서적 흙수저일 경우에는 따뜻한 배려나 보살핌의 기억이 빈약합니다. 그래서 누가 나에게 조금만 잘해주면 그 사람은 괜찮은 사람이라는 공식이 생겨 버립니다. 실은 연애를 할 때 잘해주는 건 당연한 겁니다. 짐승들도 구애를 할 때 수컷이 암컷에게 먹이를 가져다 바칩니다. 그런데 정서적 흙수저에게는 이 당연한 세상사 이치가 엄청 크게 느껴지는 겁니다. 이성이 보여주는 작은 호감과 배려가 너무 크게 느껴져서 덜컥 사랑에 빠집니다.
또 문화적 흙수저의 경우에는 이성을 보는 기본 눈이 낮게 세팅이 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사랑에 빠질 때, 그리고 누군가를 배우자로 선택을 할 때 고루 고루 다 봐야 합니다. 그러나 문화적 흙수저가 남편감을 고를 때는 돈을 성실히 벌고 여자를 안 때리는 남자면 괜찮은 사람으로 평가합니다. 아내감을 고를 때도 나에게 친절히 대해주는 여자면 다른 건 별로 고려하지 않습니다.
또한 정서적 흙수저와 문화적 흙수저의 세상을 바라보고 선택하는 큰 기준은 최악을 피하는 것입니다. 반대로 정서적 금수저과 문화적 금수저의 경우는 최선의 선택을 하는 겁니다.
부모가 물려준 돈이 없는 흙수저인 건 내가 어쩔 수 없는 부분입니다. 그런데 정서적인 부분과 문화적인 부분은 내가 키울 수 있습니다. 이태석 신부님은 홀어머니가 삯바느질을 해서 생계를 유지한 흙수저 출신입니다. 여전히 가진 것 없는 성직자로 살다가 선종하셨지만 풍부한 정서 자본으로 아프리카 수단의 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했습니다.
또한 카카오의 김범수 의장도 흙수저로 태어났지만 세상의 시스템을 읽는 문화 자본을 열심히 갈고 닦아 대한민국 최고의 부자가 되었습니다. 여러분들 모두가 정서 자본과 문화 자본을 갈고 닦아 행복한 사람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