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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플라스틱의 지구 점령
    카테고리 없음 2022. 1. 15. 12:19

    흔히 선진국으로 알려진 유럽에 가서 깜짝 놀랐습니다. 음식을 먹다가 생활쓰레기를 담는 통에 그냥 버리는거 아니겠어요? 우리 한국에서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분리수거가 이곳에선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구나. 처음엔 선진국이어서 그런가보다 했는데, 점차 이것이 유럽사회에서 큰 문제라는 사실과, 그 문제에 비해 그 심각성이 크게 가려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저는 세계 곳곳의 쓰레기를 찾아다녔죠. 소각장을 가보고, 재활용센터를 찾아다녔습니다. 매립지도 가보고, 쓰레기를 치우시는 일을 직업으로 가지신 분들을 만나 인터뷰를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지구촌 곳곳에서 쓰레기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고, 그 늘어난 쓰레기를 점차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도시들의 고뇌를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다면 다 처리되지 못하는 쓰레기들은 또 어디로 가는 것일까. 의문에 의문을 가졌지요. 여러분, 쓰레기가 지구 전체를 여행한다는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킬리만자로와 세렝게티로, 아이슬란드빙하와 저 사막으로. 유럽의 쓰레기들이 동남아시아의 국가들의 항만으로, 미국과 일본, 우리 한국의 쓰레기들이 상당부분 중국으로 보내졌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어요? 왜 그랬을까요.

    그러던 중 2018년 1월 중국이 전 세계 각국으로부터 수입하던 쓰레기를 수입 금지조치 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또 그 조치로 인해 세계 각국은 막대한 양의 쓰레기를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 것일까요. 태평양에 자그마치 프랑스면적의 3배, 한반도 면적의 10배에 달하는 쓰레기밀집 존이 존재하고, 도시 외곽의 후미진 곳에 쓰레기 산이 생기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리 인류는 필요한 것들을 만들어 상품으로 팔죠. 쓰임새는 곧 끝나지만 도시의 성장, 인간의 먹고사는 문제 때문에 생산과 소비는 인류가 살아가는 기본 축을 구성합니다. 오늘 날 더 성장하자는 정치인들의 말은, 더 소비하자는 이야기와 같은 의미로 사용됩니다. 기업의 생존조건 역시 판매실적과 연관이 있습니다. 오늘날 버려진 쓰레기로 인해 동물과 자연과의 공존에 해약을 끼치고 있고, 특히 해양생태계가 망가지고 있지요. 그 결과는 이제 우리 인류에게 오고 있죠. 아아, 우린 아직 모릅니다. 쓰레기통에 그저 버리면 되었으니까요. 내 눈앞에서 사라진 쓰레기가 어딘가에서 잘 치워지고 있을거라는 믿음. 저도 이 사실을 알기 전까진 그랬으니까요. 선진국에 사는 시민의 당연한 권리? 라고 생각했지요.

    참 거창하게 말씀을 드렸는데요, 쓰레기는 인간이 가는 곳엔 늘 따라다니고 있습니다. 상당수 쓰레기의 재질이 플라스틱이기 때문에, 에서 인류가 아닌, 플라스틱이 지구를 성공적으로 점령해가고 있다는 표현을 쓴 이유는 그 때문입니다. 61개국 157개 도시를 유랑하며 깨우친 사실은, 대부분의 도시들이 지속가능성을 추구한다는 사실이고, 이는 역으로 지속가능성이야말로 도달하기 어려운 주제임을 말해주는 것이죠. 인간에겐 생로병사가 있고, 도시에는 흥망성쇠가 있죠. 보다 오래 살게 된 고령자가 더 늘어나게 됐고, 사회경제적인 요소들 역시 숱한 경쟁으로 인해 지속가능성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어려워진 시대가 됐습니다. 인간의 탄생도, 기업의 탄생도 경쟁에 의해 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죠. 도시의 생명력도 그런 위험 속에 살고 있는 것입니다. 쓰레기는 지구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가장 강력한 물질입니다. 지구는 한정적인데, 온전히 처리되지 못하는 쓰레기의 발생은 우리 지구를 어떻게 만들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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