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 대표 소프트웨어 기업, ABBYY카테고리 없음 2021. 12. 22. 13:24
흔히 러시아의 기초과학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상용화하기가
너무 힘들다고 합니다.
실제로 뛰어난 수학과
과학 기술을 가진 러시아는
반도체를 최초로 개발했으나
오히려 상용화에 성공한 한국
등으로부터 반도체칩을 전적으로
수입하고 있습니다.
사진출처 산업일보 그런데 오늘은 이런 우리의 상식을 깬
러시아 업체를 소개할까 합니다.
바로 ABBYY라는 독특한 이름의
기업입니다.
모스크바에 본사를 둔
세계적인 문자 인식 및
언어 변환 소프트웨어 전문업체로서
대표적인 제품은 ABBYY FineReader
입니다.
OCR이라는 전문기술 즉
광학적 문자 인식 소프트웨어로
필사본 혹은 인쇄본 등
모든 하드커버 형태로 된 문자를
읽어내어 디지털 텍스트로
전환하는 기술입니다.
ABBYY는 이 OCR 부문의
글로벌 리더 업체로 FineReader 11의
경우 영어 인식률은
99.8%, 한글 인식률은 96%로
거의 완벽하다고 할 수 있지요.
이미 2011년에 이 제품은
미국 시장의 20%, 유럽 시장의 55%를
점유했고,
2014년 영국의 시장조사 전문기관
Techrada는 이 러시아 회사 제품을
글로벌 경쟁부문에서 2위로
선정했습니다.
2010년 이 회사의 브랜드 가치만
3억 3,500만 달러로
러시아 전체에서 20위를 차지했습니다.
상업적 소프트웨어의 불모지인
러시아에서 어떻게 이런
글로벌 리더 기업이
탄생할 수 있었을까요?
사실 이 기업은
한 대학생의 순수한 열정에서
시작됩니다.
페레스트로이카가 한창이던
1989년 모스크바의 공대 MPTI
물리학과 3학년생 얀 다비드는
프랑스 시험을 앞두고 외국어를
번역해주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들면 많은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어린 학생답게 단순 계산으로
당시 약 400개의 연구소 중
1/4인 100군데에 100루블(약 3달러)에
한 개씩만 팔아도 만 루블(300달러)은
벌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단돈 3천 루블(약 100달러)를
50%의 고리로 빌리고
지분 5:5 조건으로 동료 학생
프로그래머와 협업하여
단 한 달 계획으로 개발에 착수합니다.
계획대로 된다해도 자신에게
남는 돈은 단돈 100달러 채
되지 않죠.
사실 얀은 돈보다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물건을
만든다는 꿈이 더 컸습니다.
돈 보다 우선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자 했던 얀의
이타주의 자세는
그의 프로젝트가 비상할 수 있는
첫 번째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실제 개발 기간은 한 달이 아니라
아홉 달이나 걸렸고
팔린 것도 100개가 아니라
겨우 15개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얀은
좌절하기보다는 오히려
큰 희망을 얻었는데요,
우선 소수지만 구입한 사람들은
하나에 100루블이 아니라
800루블을 기꺼이 지불했고
출시된 지 얼마 안 있어
시중에 약 5만 개의 해적판이
풀린 것입니다.
무엇보다 자신의 제품이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는 데서 큰 기쁨을
얻었는데요.
그는 이제 본격적으로
SW 개발에 뛰어듭니다.
얀은 다음 목표로
자신의 제품을 보다 많은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합니다.
어장이 풍부해야 어부가
물고기를 많이 잡을 수 있는 것이죠.
그는 아날로그의 텍스트들을
컴퓨터로 읽을 수 있도록
디지털화하는 문자 인식기 개발에
나섰습니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변화될 것이라는 시대의 흐름을
먼저 읽고 보다 민첩하게
보다 큰 어장을 향해 준비했던 것이죠.
바로 4년 뒤인 1993년
러시아에서는 최초로 모든 폰트로
문자를 인식할 수 있는
OCR SW를 개발하는데 성공합니다.
얀이 개발한 기술은
러시아에서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었습니다.
품질과 정확성에 당시
모든 다른 제품을 압도한 것입니다.
ABBYY가 지금처럼 클 수 있었던 것은
적시에 글로벌 시장에
진출했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러시아 SW기업들은
언어의 문제, 비용의 문제 등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에 소극적이었는데요.
ABBYY는 달랐습니다.
기술력 하나를 믿고
더 넓은 시장을 향해
도전했던 것입니다
OCR 제품 개발 이후
약 4년간의 검증을 통해
품질에 대한 자신감이 붙자,
얀은 1997년에 사명을 기존의
평범한 ‘BIT Software’에서
제품의 특징을 잘 보여주면서도
신비감을 주는 ‘밝은 눈’이라는
뜻을 가진 중국 소수민족
몽몐어족의 말 ABBYY로 개명하고
본격적인 글로벌 진출을 시작합니다.
결국 미국, 독일, 호주,
스웨덴, 일본 등
글로벌 스캐닝 선도기업들과
파트너십을 구축하는데 성공합니다.
2000년 독일의 뮌헨에
유럽 본사를 설립한 이후
발전을 거듭하여 현재는
러시아, 미국, 우크라이나,
독일 4개국에 본사를 두고
세계 16개국에 지사 및 1,250명의
연구 인력을 포괄하는
글로벌 SW기업으로 성장하였습니다.
미리서부터 해외개척을 했기에
ABBYY는 관련 시장을
선점할 수 있었습니다.
스마트폰 시장이 아직
제대로 형성되기도 전인
2007년 ABBYY는 스마트폰 전용
OCR 유틸리티를 개발했고
2010년 애플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할 때 이미
애플의 전 제품에 자사의
번역 SW인 Lingvo를 장착하는데
성공했지요.
이러한 결과로 삼성과
애플 스마트폰의 명함 인식 기능은
모두 이 ABBYY의 제품을
사용하고 있고
2014년 현재 세계 스캐너 시장의
약 50%가 이 회사의 제품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했던
한 대학생의 열정이
훗날 러시아를 대표하는
SW기업으로 발전했습니다.
물론 열정 만으로 ABBYY는
성공한 것은 아닙니다.
시대의 흐름을 미리 파악했던
창업자의 안목, 그리고
과감하게 혁신에 도전했던
도전정신이 어우러져
새로운 다크호스로 부상할 수 있었습니다.
ABBYY가 자신의 분야에서
앞으로도 과감하게 시장을
선도해 나갈지 그 귀추가 주목됩니다.
감사합니다.